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가계부채는 임계점에 달하면 중·하위층과 비은행권 등 취약한 곳부터 터진다는 점에서 서민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현 시점이 2003년 카드대란의 위험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2001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실상 가계부채를 뜻하는 개인의 이자부부채는 937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9% 증가했다.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0년말 41%에서 2009년말 81%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0년말 81%에서 2009년말 143%로 크게 늘었다.
올들어 물가상승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연내로 1000조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급격하게 증가한데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형성된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유동성도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금융기관들의 대출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금융기관들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대출에 치중했기 때문.
실제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6년 2분기 이후 1%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0.5%를 기록,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기업보다는 어려운 살림에도 꼬박꼬박 대출금을 갚아가는 가계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했던 것.
일각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수요를 주도하면서 가계부채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이 되면서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에 더 욕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0대 후반부터는 은퇴 등으로 소득이 줄면서 근로기간 중 구입한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부실가능성은 이른바 ‘만년 적자’상태인 하위 20%가 부채 상환은 고사하고 더 많은 부채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즉, '가계부채=중산층 이하의 문제'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 상위 60%가 전체 가계부채의 85%를 차지하고 가구수 기준으로 71%에 달한다. 반면 하위 20%는 항상 적자상태인 가구다.
가계부채 가운데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97%나 된다는 점도 부실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요즘처럼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상환 부담이 급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정금리 비율을 정책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위험 수준이 한계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스쿨 교수는 "부실 전개 기간과 부채 특징은 차이가 있지만, 위험 시그널이 보이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2003년 카드대란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미 2001년부터 가계의 신용공급 규모가 너무 많다는 시그널이 있었지만 당시 금융회사나 정책당국은 괜찮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때와 비교하면 가계 빚이 한순간에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터질 수 있다는 점, 장기간에 걸쳐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금리인상, 변동금리 대출 의존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정책방향도 취약계층을 중점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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