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보건의료단체 그들만의 잔치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봄이 성큼 다가왔다. 이젠 바람도 조금은 매서움이 가신듯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옷깃이 넉넉해지고 있다.

옷차림이 아닌 직업에서 봄을 느끼는 또다른 한 가지는 연일 개최되는 보건의료단체들의 정기총회와 제약사들의 주주총회 일정이다.

대부분의 보건의료단체들과 제약계의 주주총회가 이맘때를 전후로 열리기 때문에 그들의 취재 요청이나 행사 보도자료를 보며 새로운 한해가 시작됐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보통 일간지나 방송쪽 기자들은 이런 행사에 잘 가지 않는다. 아니 사실상 안 가는 것이 정석이다. 찾아오길 바라지도 않지만 찾아가도 찬밥(?) 신세다.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보건의료계는 만만치 않게 폐쇄적이고 은밀한 밀담들이 많다. 때문에 자신들만의 잔치(?)에 타인이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보건의료계를 맡고 있어도 이해득실에 따라 상대단체 측(?) 보도진은 엄격하게 출입통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외부인이나 국민들에게 공개하기에는 꺼림 찍한 내용들이 많다는 것.

일례로 몇 년 전 모 의료단체의 중앙회 회장이 지방 지부총회에서 한 발언이 공개되며 대규모 검찰수사로 이어지는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었다.

당시 그 회장은 용도도 모르며 매년 지불하고 있는 '특별회비’각출에 반발하는 회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 자금이 무엇을 위해 누구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 실명과 일정까지 공개하며 설득했다. 결국 이 내용이 여과없이 공개되며 정치권에 대한 대규모 검찰수사로 이어졌다.

의약계 총회는 대부분 지난 회기에 대한 결산과 다음 회기에 대한 예산 규모와 용처, 협회 내부 직원들의 채용과 임금문제 등 내부 기밀사안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개를 꺼려하는 더 큰 이유는 외부에서 존경받는 의약계 인사들이 내부에서는 장터 시정잡배와 다름없이 사리사욕에 물들어 싸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는 아닐까.

올해도 일부는 끝냈고 일부는 준비 중인 정기총회에서 또 어떤 사건사고들이 벌어질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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