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미 국채 투자자들이 버냉키의 기자회견이라는 유례 없는 변동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채권시장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이 연준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마디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만큼 이번 회견에서 버냉키가 내뱉을 말이 시장에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WSJ는 특히 1914년 연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버냉키의 회견이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2) 종료 시점에 임박해 열리는 데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QE2에 나선 연준은 오는 6월 예정대로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버냉키의 발언도 이런 관측의 연장선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파급력은 기존 성명보다 훨씬 클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이언 린젠 CRT캐피털 국채 투자전략가는 "버냉키의 발언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시장에서는 와일드카드가 될 것"이라며 "버냉키는 의회 청문회 등에서 의견을 밝힌 적이 있지만, 이번 발언의 영향력과 시장이 이를 어떻게 소화할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준은 27일부터 이틀간 FOMC를 소집하고 기준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지난 주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398%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은 아직 두드러진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QE2 프로그램을 종료시점까지 속행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QE2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미 국채시장이 연준이라는 큰 손을 잃으면 수익률이 급등(국채 가격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양적완화 중단에 따른 유동성 감소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약해지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늘어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버냉키의 입에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포스트 QE2'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한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미 국채시장의 최대 고객이었던 연준의 부재는 시장에 미 국채 가격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등 올 하반기에 커다란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중단을 비롯해 버냉키의 입에서 흘러나올지 모르는 긴축 신호는 특히 정책변화에 가장 민감한 단기 국채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게 될 전망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자산 축소(채권 매각)나 모기지채권 투자수익의 재투자 중단 등을 통해 얼마든지 긴축에 나설 수 있다.
린젠은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부양에서 긴축으로 정책 노선을 바꾸는 이행기에 집중돼 있다"며 "시장은 오는 7월부터 (연준이 쏟아내는) 국채 물량 부담을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견에서는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버냉키가 최근 수주간 질의응답 등 회견과 관련한 노하우를 쌓는데 집중한 만큼 '본색'을 드러낼 일이 없다는 것이다. 연준이 의장의 회견을 정례화한 것은 투명성을 높이려는 차원이지, 회견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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