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없는 그랑프리 ‘무주공산’ 되나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가 2011-2012시즌의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 여자 피겨계에 ‘무주공산’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와 함께 막을 내린 올 시즌 여자 피겨는 팬들에게 큰 흥밋거리를 남기지 못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여왕 김연아와 동메달리스트 조애니 로셰트(캐나다)가 나란히 새 시즌의 그랑프리 시리즈 불참을 선언했고, 은메달리스트인 아사다 마오(일본)는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알리사 시즈니(미국)가 자신의 종전 최고 점수를 8점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일부 선수의 기량이 향상되긴 했지만 신채점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가장 낮은 점수의 우승자가 탄생하는 등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졌다.

두 명이나 200점을 훌쩍 넘기는 최고의 연기가 펼쳐졌던 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지우지 못한 팬들로서는 그만한 수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올 2월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안도 미키(일본)가 201.34라는 높은 점수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기술과 예술의 종합 대결이었던 지난 시즌만큼의 감동은 주지 못했다.

13개월 만에 빙판에 돌아온 김연아가 올해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것은 다른 선수들이 1년 사이에 김연아를 따라잡을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음 시즌에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은 대부분 20세를 넘겨 더는 큰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유일하게 200점을 넘긴 안도 미키는 벌써 24살이라 쇠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크세니아 마카로바(19·러시아)가 10대 선수 중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신의 최고 점수(171.91점)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대회를 마쳐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 여자 피겨계를 이끌어나갈 기대주들이 눈에 띈다.
지난 2~3월 강릉에서 열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5·러시아)와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5·러시아)는 시니어 선수 못지않은 점수를 올렸다.

한국 내에서도 김해진(14·과천중) 등 이른바 ‘김연아 키즈’들이 시니어 무대의 새 별로 떠오르기 위해 맹훈련하고 있다.

김연아는 이번 모스크바 대회를 마치고서 “어린 나이부터 기초를 시작했더라. 많이 발전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후배들을 칭찬하면서도 “연기할 때 많이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 가진 것을 끄집어낼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저도 예전에는 그 친구들처럼 무표정하게 점프만 열심히 뛰는 선수였다”며 “국제대회에 나가 보면 그런 부분에 아쉬움을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연기하려면 선수의 경기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 판도로 볼 때 기대주들이 시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어서 그랑프리 시리즈에서의 김연아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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