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원가를 맞추기 위해 값싼 자재를 쓸 수밖에 없고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결국 당초 예산보다 더 많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기형적인 상황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2일 A건설사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되면 중소형 건설사의 낙찰률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업체일수록 공사비를 낮출 여력이 부족해 결국 지방·중소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더 좁아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100억~300억원 사이의 공사가 얼마 안 나오기 때문에 정부나 건설업체나 서로가 덕 될 것이 없다"며 "굳이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처럼 안전 장치나 다양한 종합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 국가들은 최저가낙찰제의 폐해를 경험하며 결국 제도를 폐지하거나 적용 대상을 줄여왔다. 그러나 우리는 도리어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고 하는 등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현재 연방조달청 발주공사 중 20% 정도가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입찰자의 기술과 가격제안서도 함께 평가하는 방식인 최고가치 평가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2000년대 들어선 최저가낙찰제를 완전히 폐지했으며, 일본은 2005년 가격과 기술력을 모두 고려하는 ‘종합평가낙찰방식’을 도입했다.
심규범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최저가낙찰제로는 제대로 된 업체를 걸러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격만 따지다보니 시공 과정 속에서 부실공사 등 폐단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 위원은 ”건설업은 생산한 후 판매하는 제조업과 달리 ‘수주 후 생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업체들이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라며 ”그 때문에 하도급업체로 갈수록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가 예산절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효율적 인력 운용이 힘들어지고 입찰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며 “기업은 물론 국가적 낭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제도 특성상 물량 증가가 아닌 사업비 축소를 해야만 수주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가낙찰로 인해 원도급 업체뿐만 아니라 하도급 업체의 수익성도 악화돼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도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최민수 건산연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가격을 먼저 살펴본 후 계약이행 능력을 따져보는 ‘투 스테이지(two-stage)’ 방식이나 종합평가 방식을 제시했다.
최 실장은 "선진국에서는 건설업체 소속 기술자 능력을 인터뷰 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간이 기술제안서 심사나 계약이행능력을 포함한 도덕성·공헌도 등 다양한 평가를 거쳐서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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