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급이 늘려야 하지만 짧은 기간에는 불가능한 것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전국 월세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2.6%가 올랐다. 부산 4.5% 오른 것을 비롯해 서울(3.0%), 대전(3.1%) 등 주요 도시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매가는 제자리 전세는 껑충
이처럼 월세가격이 짧은 기간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주택 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에 월세 가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전세 물건도 점점 귀해지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내어주고, 그 돈을 보태 새집을 사는 사례가 없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올리든지, 전세를 월세로 바꾸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2.5% 오른 반면, 전세가격은 8.8%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거나 약간 떨어진 데 반해, 전셋값은 매월 1~2% 상승했다.
동시에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07년 말 주택 임대차 계약 형태에서 전세와 보증부월세의 비율이 58.6대 38.7이었으나, 올해 4월에는 54.6대 43.0로 월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률은 전국 평균 100% 넘었지만, 내집을 갖고 있는 비율은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자가 비율은 52%에 불과하며, 중간 소득층도 55% 정도다. 나머지는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고 있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곧 서민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1~2인가구 증가 등 전세수요는 꾸준
여기에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1~2인가구가 늘어나고, 베이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에서 발행한 '가구의 부동산 자산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30대의 약 80%는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을 전세로 운영하고 있었다. 반면, 50대는 전세 비중이 50%, 60대와 70대 이상은 각각 48%, 36%로 크게 줄었다. 전세 대신 월세 비중이 높았다는 의미다.
정부도 전·월세 시장 안정을 통한 서민 주거 환경 향상을 위해 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올해 중소형 주택 및 임대주택을 약 13만가구 공급하고,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 특별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전·월세 자금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더불어 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주변 지역의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사업 추진 시기를 조정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전·월세 실거래가 정보를 공개하는 등의 방법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주택공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월세 가격 상승률을 일정 수준 이내로 강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전·월세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하면, 집주인들의 반발로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던 전세제도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점점 사라지고, 대신 월세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 등의 월세가격 안정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