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임 대사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오로지 일과 성실성으로 승부를 걸어 주요 총영사 자리까지 오른 케이스다.
영남대 중문과 출신의 이 총영사는 지난 1988년 중국 전문가 특채로 외교부에 입부한 뒤 주(駐)대만 2등 서기관과 주중국 1등 서기관, 주상하이 영사, 주일본 참사관, 주오사카 부총영사 등을 거치며 아시아통(通)으로서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한ㆍ중 수교 이후 단교된 대만에 잔류 인원으로 남아 묵묵히 일하던 지난 1995년 극우분자로부터 칼에 목을 찔리는 ‘테러’를 당해 사선을 넘나들었던 일화가 아직도 외교가에 널리 회자된다.
또 지난 2004년 영사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발생한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계기로 신속대응팀의 필요성을 절감해 2005년 4월 신속대응팀 창설의 주축이 됐다.
그는 이후 남아공 월드컵과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등 해외 사건ㆍ사고 현장에 수차례 정부 신속대응팀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특히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비상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냉정한 판단력을 잃지 않아 신속대응팀장으로서의 역할을 120% 완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는 학교나 연고지 등을 철저히 배제하고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며“외교부 내에서는 ‘비주류’지만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이 총영사의 발탁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총영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 것이 바로 공정사회”라면서 “이번 인사가 나 같은 비(非)고시 출신 후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영사의 파격 발탁은 지난해 특채파동으로 공정성에 먹칠을 당한 외교부가 ‘공정 외교부’로 거듭날 수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외교가의 주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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