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영화 왜?> '트랜스포머 3'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대한 시각은 이번 3편까지 양극단의 연속이었다. 매번 평단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인지도의 바로미터인 흥행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채 압도적인 스코어를 자랑해 왔다. 특히 한국 내 ‘트랜스포머’의 성공은 대단했다.

2007년 개봉한 1편은 국내서만 743만명(수입 550억)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흥행 수입 1위였다. 2009년 개봉한 2편은 744만명(수입 465억)으로 역시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영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3편은 7일 현재(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1442개 스크린에서 335만명을 동원했다. 총수익은 232억대.

평단은 1편 개봉 후 연출을 맡은 마이클 베이의 흥행성에 점수를 줬다. 하지만 2편은 ‘졸작 그 이상’이란 처참한 혹평을 받았고, 이번 3편 역시 국내 평단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편의 흥행 기세는 메가톤급이다. 시리즈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시선을 점검한다.



◆ 판타지와 향수 그리고 남성적 동경

‘트랜스포머’는 어린 소년이 우연한 기회에 로봇과 조우한 뒤, 악당들과 맞서 지구를 하는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스토리다.

단순한 내용의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국내에서 성공한 요인을 보자면, 몇 가지 요소를 통해 30대 이상 남성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린 영리함을 들 수 있다. 물론 할리우드 기획자들이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트랜스포머’를 제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공 요인만 놓고 보자면 분명 그렇다.

로봇세대인 3040들에게 ‘트랜스포머’는 ‘판타지’다. 어린 시절 그들에겐 마징가Z와 로봇태권V의 대결이 최고의 화두였던 만큼, 스크린 속 거대 로봇들의 실사화는 그들의 추억을 일깨우고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로망을 실현시킬 수 있게 했다.

특히 주인공이 이른바 ‘선역’의 거대 로봇 조력자로 급부상하는 과정과 미녀 애인 및 스포츠카는 3040세대의 대리만족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3040보다 이전 세대인 2030에게도 ‘트랜스포머’는 매력적이다. 재패니메이션 세대인 이들에게 ‘트랜스포머’는 일종의 호기심이다. 초기 청계천을 통해 해적판 일본 만화를 접하던 이들에게 재패니메이션 고전과 할리우드 기술력의 결합은 분명 매력적인 콘텐츠임에 틀림없다. 구매력과 소비력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의 선택은 국내 ‘트랜스포머’ 인기의 한축을 담당했다.

특히 현란하고 화려한 화면구성은 ‘디지털 세대’인 2030세대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결과와 스토리에 대한 관심은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가 된다.

한 수입 배급사 관계자는 “‘트랜스포머’는 스토리의 영화가 절대 아니다”면서 “로봇과 스포츠카 그리고 어린 시절 로봇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품은 남성들의 향수가 결합된 비주얼 콘텐츠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마블코믹스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가 국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적 패권주의를 오롯이 담은 히어로 무비의 생소함과 달리, ‘트랜스포머’가 동아시아권의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거대 로봇을 사용해 그 거리감을 줄인 전략도 성공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흥행은 남성들의 판타지를 노린 할리우드의 기획력 승리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단의 혹평과 싸늘한 시선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내러티브의 부재다.

‘트랜스포머’는 2007년 1편을 통해 스토리를 종결시켜야했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대결 결과를 통해 그려진 ‘권선징악’ 결말과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주인공 ‘샘’과 미녀 애인 ‘미카엘라’ 엔딩 키스신은 더 이상의 뒷얘기가 필요 없었다. 디셉티콘의 수장 ‘메가트론’의 절치부심이 언급됐지만, 마지막 옵티머스 프라임의 독백으로 모든 스토리는 종결됐다.

하지만 무리한 스토리의 확장으로 마이클 베이는 2편과 3편을 2년 간격으로 선보이며 계속된 동어반복의 무리함을 보였다. 감독이 ‘졸작 그 이상’이란 혹평을 받은 2편 때문에 3편에선 스토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뚜껑 속 결과물은 “역시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랜스포머’를 통해 특별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관객들에겐 3시간에 가까운 3D 상영과 2000억에 육박하는 돈이 만들어 낸 할리우드의 기술 집약적 규모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봉한 ‘트랜스포머3’도 국내에서 무리 없이 성공할 것이다.

현재 ‘트랜스포머3’의 국내 상영 스크린 수는 1442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영진위에 등록된 국내 유효 상영 스크린 수는 총 2229개다. ‘아바타’가 보유한 국내 외화 최다 관객동원 기록(133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결과에 대한 뚜껑은 아직 열리기 전이다. 하지만 끓어오르며 요동치는 폼새가 심상치 않다. 그 뚜껑 속 내용물이 무엇이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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