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를 당긴 것은 IBK기업은행이다. 지난달 이 은행은 창구 텔러 130명을 채용하면서 마이스터고 출신 20여명을 함께 뽑았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에 고졸자 5명을, 국민은행은 8명을 뽑았으며 부산은행도 최근 16년만에 고졸 행원 10명을 뽑았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내년 상반기 고졸자 50여명을 채용하겠다며 기자간담회까지 열자 은행권에서는 '고졸 채용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의 구조조정과 취업난으로 인해 고졸자들이 주로 채용되던 창구 텔러직은 대졸자들의 차지가 됐다. 그리고 현재 텔러의 80%를 대졸자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졸자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이 발벗고 나선 것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심각한 취업난이 사회적 쟁점이 된 지 오래지만 대졸자들에 밀려 고졸자들은 논의의 중심에서 소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은행권이 정규직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고졸 행원들은 거의 창구 텔러로 2년 계약직이다. 2년 후에는 각종 업무 평가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무기계약직은 노동계에서 흔히 '중규직'이라고 불리는 직급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쯤 된다. 고용은 보장되나 임금이나 복지 등 대우가 정규직보다 낮다.
고졸 출신들이 얼마나 정규직으로 전환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이들이 2년 후, 또는 수년이 흐른 뒤에도 은행원의 직함을 달고 웃을 수 있도록 은행권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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