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말부터 외환당국의 발행 규제가 실시된 데 이어 이번 투자제한 조치가 더해지면서 김치본드 발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의 이번 조치는 금융기관의 외부충격에 대한 부실을 막고 동시에 환율을 방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김치본드 발행 잔액은 지난해 149억7000만 달러에서 올해 3월 162억5000만 달러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4월 178억4000만 달러로 고점을 찍었다가 4월말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5월 174억9000만 달러 ▲6월 170억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김치본드는 국내 기업이 달러화 등 외국통화로 국내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내 기업들은 보다 싼 값으로 원화자금을 조달키 위해 최근 김치본드를 잇따라 발행해왔다.
외화표시 채권의 금리가 원화표시 채권보다 낮기 때문에 김치본드를 발행해 외화를 조달한 후 외국계은행의 국내 지점에서 원화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은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채권 발행기업은 발행자금의 70% 내외를 원화로 전환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김치본드 발행이 단기외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국에 따르면 기업이 외화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외은지점과 스와프 거래를 하고 이 지점은 환위험 헤지를 위해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 본점 등에서 차입한다.
김치본드 주요 투자자는 외은지점으로 전체의 76.9%를 차지하고 있으며, 1~3개월 만기로 외화를 빌려 이자 차익을 얻고 있다.
이에 따른 단기외채 급증은 곧 원화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외국인이 단기외채를 회수하면 국내 외환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치본드 발행이 증가하던 지난 3월말 단기외채는 1467억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17억 달러가 늘며 지난 3년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단기외채는 지난해 3월말 1545억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말 1350억 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들어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전체 대외채무도 3666억달러로 지난해말보다 219억달러가 늘면서 4000억달러대에 근접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국의 이러한 사전 대응조치는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김치본드 발행이 감소할 경우 금융권의 달러 공급도 함께 줄게 돼 최근 지속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를 방어할 수 있는 효과를 낳는다.
당국은 지난해 9월 거시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방안을 내놓았으며 이번 조치도 이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당국이 시행하는 규제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도입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징수 등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환시장 변동성 완화 방안의 일환으로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거주자에 대한 신규 외화대출을 해외 사용용도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아울러 한은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말 외환공동검사를 실시하는 등 은행들의 김치본드 투자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왔다.
이에 따라 급증하던 김치본드 발행은 5월부터 감소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으며 앞으로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은행 본점이 투자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외은지점이 본점 명의로 김치본드에 투자할 경우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을 꼽으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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