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연내 1000원선을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31일 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채권 잔액(상장·비상장)은 86조5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개월 사이에만 3조원 이상을 사들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반기부터 한국 채권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한 중국에 이어 다른 신흥국들까지 가세한 덕분이다.
지난 2008년 이후 한국 채권에 투자하지 않았던 카자흐스탄이 지난 6월 한달간 1조11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싱가포르도 6월 한달간 순매수 규모를 1조192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태국은 최근 2주간 900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말레이시아는 작년 말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5조7944억원의 원화 채권을 보유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2조원 이상을 추가로 사들여 전체 외국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하회하자 적극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풀이됐다.
지난 3월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096.70원으로 마감해 2008년 9월 이후 30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4월1일부터 7월28일 현재까지 약 4개월간 외국인의 국내 채권 잔액은 8조8758억원 증가했다. 한 달 평균 2조2000억원 이상을 매입한 것.
반면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했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외국인의 국내 채권 잔액은 4332억원 늘어난데 그쳤다.
이에 따라 현재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하락해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환차익(환율변동으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기대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원화와 국채가 국가신용등급 하향이나 통화약세에서 자유로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한국의 재정 건전성과 견고한 성장세가 돋보이고 원화 절상 기대감도 있어 외국인의 채권매입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매수하려면 원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환율 1000원선을 하회하면 지난 2008년 4월28일 999.6원(종가) 이후 처음이 된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팀장은 "연말 기준 환율이 1000원까지는 떨어질 수 있으며 그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며 "1∼2개월 정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1000원까지는 쉽게 내려올 수 있다"고 전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팀장은 "하반기 평균이 1020~1030원까지 내려올 수 있다"라며 "물론, 환율이 1000원선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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