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도적 '도발' 어설픈 '대응'

정치사회부 기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하룻밤에 200위안이오. 여권을 복사하고 올 동안 여기 사인하고 2층복도 맨 끝 방을 둘러보고 오시오.”

중국 쓰촨성 청뚜시내의 한 초대소, 2003년 8월 쓰촨성 청두는 장대비의 연속이었다.

아사미와 그의 친구 그리고 나는 청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지도에 나온 값싼 초대소로 옮겨 여정을 풀기로 했다.

“당신들은 여기 묵을 수 없소, 나가시오."

여권을 복사하고 나온 여직원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후 우리에게 던진 말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였다. 따져 이유를 물어도 상대는 냉담했다.

그렇게 다시 우비를 챙겨입고 거리로 나왔다. 배낭여행이 그러하듯 예약도 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

중국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 일본인 친구들은 뭐가 신난지 재잘거렸다. 이제 하늘은 천둥까지 내리쳤다.

결국 중국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나와 호텔을 잡아줬다.

그 친구는 내게 "아직 쓰촨성 초대소에 일본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쓰촨성의 반일 감정 탓이라 했다.

2011년 8월 정기 여객선회사인 씨스포빌이 일본인의 승선을 무기한 거부한다고 밝혔다. 씨스포빌은 '김장훈 독도 콘서트' 후원사였다.

일본 외무성이 대한항공의 독도 영공 시범 비행과 관련,자국 공무원의 대한항공 탑승 자제와 비슷한 사례다.

일본인에 대한 '숙박거부'나 '승선거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오히려 그들은 '도발' 수위를 더 높였을 뿐이다.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의 울릉도 방문 좌초 이후 자민당에서는 전체 의원들이 돌아가며 울릉도를 방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에서 일본 우익이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은)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무너진다"고 말한 것을 곱씹어 봐야한다.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도발'을 해오는 그들의 우익은 치밀한 각본을 갖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당혹감'만 피력할 뿐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미 국무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미 정부의 대변인인지 의심스럽다'란 오해를 살 만큼 나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숙박을 거부하고 한국은 승선을 거부하고, 또 입국을 금지하고.

그러면 뭐하나. 그럴때 그들은 웃으며 여행을 즐기고 또 비빔밥과 김을 사가고, 김장훈 콘서트를 찾지 않으면 그만이다.

정부의 땜질처방, 사후약방문 등 일 터질 때마다 동원 되는 대증요법은 이젠 지겹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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