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가 일본, 영국, 미국, 한국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6월16∼19일 US오픈에 출전하고 그 다음주에는 일본골프투어(JGTO) 미즈노오픈에, 7월 중순에는 브리티시오픈에, 그러고 곧바로 일본으로 돌아가 세가새미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또 미국으로 건너가 8월초부터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USPGA챔피언십, 지난주 윈덤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에 연속 출전했다.
두 달여동안 3개국에서 7개 대회에 나간 그는 23일 오후 한국에 들렀다가 24일 아침 일본 후쿠오카로 날아갔다. 25일 시작되는 JGTO KBC오거스타에 나가기 위해서다. 눈붙일새 없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싫지않은 표정이다. 메이저급인 브리지스톤대회에서 공동 6위, 윈덤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하면서 세계랭킹 20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아홉 차례 미국PGA투어 대회에 나갔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세계 톱랭커들을 따라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연초만 해도 제가 세계랭킹 18위까지 치솟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연초 29위였던 그의 현재 세계랭킹은 20위다. 2주전에는 자신의 역대 최고인 18위까지 올라갔다. 그 전주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앞질렀다. ‘일취월장’ ‘장족의 발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그 어떤 선수보다 알찬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부족한 점은 있는가보다. 그는 “미국투어에서 뛰어보니 파워가 약한 것을 절감했다. 드라이버샷을 290야드정도 보내는데 300야드는 넘겨야하겠더라. 파워와 거리를 늘리는 것이 과제다.”라고 말했다. 그가 올해 미국 대회에서 기록한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88.2야드. 이 부문 랭킹 122위로 하위권이다. 그보다 체격이 작은 ‘루키’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도 300야드를 육박하는 판이니, 290야드 갖고는 ‘명함’을 내밀기조차 힘들다.
선수들의 거리가 늘어나자 대회 주최측에서는 티잉그라운드에서 280∼290야드 지점에 벙커를 만들곤한다. ‘캐리’(떠가는 거리)로 290∼300야드를 날려야 벙커를 넘길 수 있게 한 것. ‘단타자’들은 벙커를 우회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두 번째 샷 클럽은 길어지게 마련이다. 자연히 버디 기회도 드물어진다.
지난해 JGTO 상금왕이며, 올시즌에도 JGTO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그의 목표는 미국 진출이다. 그 시기를 내년으로 잡았다. 미국에 가는 길은 두 가지다. 미PGA투어 시즌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드는 것과 연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공동 25위안에 드는 일이다. 후자는 ‘지옥의 관문’으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루트다. 그래서 그는 상금랭킹을 끌어올려 미PGA투어에 진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김경태는 올해 출전한 6개 미PGA 대회(월드골프챔피언십 3개는 제외됨)에서 29만여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현재 투어 상금랭킹 167위에 해당한다. 이 랭킹을 125위내로 끌어올리기 위해 9월말 시작되는 투어 ‘가을 시리즈’ 4개 대회 출전을 고려중이다. 지난해 시즌 상금랭킹 125위의 상금총액은 78만7000달러였다. 김경태는 가을 시리즈에서 약 50만달러를 추가해야 내년 투어카드를 딴다는 얘기다. 5위 안에 두 번 정도 들면 가능한데, 결코 만만한 도전은 아니다.
김경태는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남자프로골프대항전)에 나갈 가능성이 99%다. 그는 현재 인터내셔널팀 랭킹 5위로 자동출전권(랭킹 10위내)을 확보했다. “오래전부터 프레지던츠컵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 기간 JGTO 주요대회인 던롭피닉스가 열리지만 개의치 않고 호주에 가렵니다. 생애 처음 뽑힌데다 대륙을 대표해 세계적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입니까.”
세계 톱랭커 반열에 오른 그의 기량을 국내팬들이 볼 수 있는 기회는 9월29일∼10월2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신한동해오픈 때다. 그는 스폰서가 주최하는 이 대회에 매년 참가해왔다.
김경태는 지난해 상금으로만 25억원을 벌었고, 올해도 일본과 미국투어에서 8억6000만원을 획득했다. 잘 나가는 선수답게 ‘돈 관리’도 수준급일 성싶다. 그래서 “‘財테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부분만큼은 ‘노 코멘트’”라며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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