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삐지면 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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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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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중간에 삐치고 그러면 안돼요. 삐치면 지는 겁니다.”
 
 모 방송사에서 방영중인 서바이벌 방식의 ‘대학생 토론배틀(battle)’ 심사위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한 말이다. ‘결혼은 미친짓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던 중 A대학팀이 “사랑은 너무 몰입하는 것이고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도 몰입하는 것이어서 결혼은 당연히 미친짓”이라고 정의하고 B대학팀을 몰아붙였다.

결혼문제에 대한 찬반 양론을 예상했던 B대학 측은 이런 논리에 당황했고, 급기야 심사위원에게 ‘토론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때 탁 교수가 삐지지 말라며 난관 속에서도 끝까지 토론할 것을 주문했다.
 
 24일 끝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낮은 투표율로 개표함 조차 못 열었다. ‘전면적 무상급식’을 내세운 진보진영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패배한 것이다. 왜 패배했을까. 오 시장이 삐쳤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1일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하자 이에 반발해 시정협의 중단을 선언하고 시의회 출석을 6개월 넘게 거부했다. 지난 2월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을 시작한 이후 오 시장과 시의회, 시교육청은 대화와 타협을 버렸다.
 
 지난 1일 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발의한 이후 오 시장은 또 삐쳤다. 당의 소극적인 주민투표 지원에 반발해 당과 상의도 없이 21일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 연계’를 발표했다. 천만 시정을 책임진 시장이 오로지 ‘무상급식’ 문제 때문에 직무 자체를 포기한 건 옳지 않다는 당내 비판 여론도 일었다.
 
 물론 시정을 책임진 오 시장의 전면적 무상급식 반대 이유도 일리는 있다. 막대한 예산을 부유층 자녀에게 제공하느니 그 돈을 취약계층 복지에 써야한다는 게 오 시장이 논리였다.
 
 그러나 국민은 오 시장의 뜻을 외면했다. ‘소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은 ‘오기’를 부릴 자리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거쳐 가는’ 자리도 아니다.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퇴임을 앞둔 오 시장 보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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