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는 모두의 소망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는 비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비만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가 되었다. 선진국일수록 비만으로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만의 '선도국'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인 3억명 중 비만으로 구분되는 사람은 7200만명 이상이다. 미국인 4명 중 1명 꼴로 비만인 셈이다. 비만 관련 TV 쇼 프로그램만도 10개에 달할 정도로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영양 관련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국민들을 위한 식사지침을 마련했다. 영양표시와 영양교육도 가장 먼저 제도화한 나라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비만 문제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미국의 비만 문제는 많은 부분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는 농업정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닉슨 대통령은 70년대 초반부터 옥수수 등의 작물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결국 과잉생산된 옥수수 등의 작물 대부분은 소비되지 못하고 가축 사료로 사용되면서 축산물과 그 가공품 규모는 미국 내 수요를 초과했다. 이 과정에서 축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거대한 상업논리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먹는 양도 점점 많아져 결국 비만으로 이어지게 됐다.
최근 오바마 정부는 미국의 비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양기준을 재정비하고 비만 우려 식품에 대한 과감한 규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비만 문제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비만 유병률은 30%를 넘어섰다.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주로 섭취하였던 우리 식생활은 육류, 패스트푸드 중심의 서구화된 식단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진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더라도 어린이, 청소년의 쌀과 김치 소비량은 성인에 비해 훨씬 낮다. 반면 육류, 탄산음료, 패스트푸드의 섭취량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식사패턴이 이전과는 확연히 변화되었으며, 먹는 즐거움을 위하여 혀끝을 유혹하는 달고 짜고 기름진 다양한 형태의 음식을 기꺼이 구매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이라도 지나치면 오히려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어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식품에서 위생안전도 중요하지만 이젠 건강과 직결되는 영양안전도 확보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 국민들에게 트랜스지방이나 당 저감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나트륨 저감화'다.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646mg(2009년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최대 섭취 권고량의 2배 이상을 초과하고 있다. 특히 30~40대 남성의 경우는 무려 6273mg으로 WHO 권고량의 3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고혈압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고혈압 입원환자 비율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의 경우 대부분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국, 찌개 등 일상 식사를 통한 나트륨 섭취 비율이 높아 가공식품 저감화만으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어렵다. 즉 국물을 적게 먹는 식문화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식품안전 패러다임은 웰빙 기류에 따라 이제는 영양과 식생활안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몸에 좋다는 음식만을 찾기보다는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강조되어야 할 시대가 됐다. 즉 건강을 위한 키워드가 'Healty Food(건강식품)'에서 'Healthy Eating(건강식생활)'으로 변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에 적합한 식품의 선택은 건강식생활의 첫걸음이다.
이에 따라 식약청은 건강한 식품 선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식품의 영양정보를 제공해주는 영양표시 제도를 가공식품뿐 아니라 패스트푸드,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및 외식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어렵게 비용을 들여 정보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산업체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된다.
선진국이더라도 상대적으로 비만인구가 적은 프랑스의 먹을거리 문화는 대화와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데 초점을 둔다. 먹는 것을 함께 먹고 즐기고, 음식을 만드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고유의 '먹는 문화'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비만의 해결점, 식생활이 추구해야 할 패러다임을 발견할 수 있다.
'식문화의 재창조', 앞으로 우리의 영양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