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대학 입시 경쟁률 증가 등에 따라 10만 달러 이상 연간 소득 가구의 자녀들의 커뮤니티 칼리지 진학 비율은 22%로 전년의 12%에서 거의 두배로 상승했다. 상승률도 컸지만 이 비율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융자 전문 기관 ‘샐리 매’의 통계에 따르면, 또한 올해 처음으로 이들 가구의 대학 학비 지출이 전년에 비해 18%가 줄었다고 한다. 그만큼 돈이 안드는 학교에 이들 자녀들이 진학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명 사립대학들의 학비가 5만5000달러(기숙사, 교내 식비 등 다 포함)가 넘어가면서 연간 10만 달러를 넘게 벌어도 자녀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 부담스러운 가구들이 늘었음을 보여준다.
메릴랜드의 2년제 몽고메리 칼리지에 입학한 학생들의 가구 소득을 보면 6만 달러 이상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들이 신청하는 학비 보조도 함께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북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통 중산층 이상 가구가 많이 사는 “교외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다”고 학교측은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학비 차이가 4년제에 비하면 많이 싸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확산되고 있다. 보통 커뮤니티 칼리지의 연간 학비는 5000달러를 넘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진학하기 때문에 기숙사비, 식대도 덜 들어가게 마련이다.
또한 4년제 대학 1,2 학년 학생들이 듣는 일반 과목들이 비슷하게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대학 교수 출신의 한 학부모는 이번에 대학에 들어가난 딸을 연간 학비가 4만4000달러에 달하는 사립 인문대 로노크(Roanoke) 칼리지 대신 커뮤니티 칼리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됐던 북버지니아의 조지 메이슨 대학교를 보낼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학교도 연간 8000달러의 학비를 내야 했기 때문에 대신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했다고 한다.
이들 학생들은 2년 과정을 잘 마치면, 4년제 대학 편학이 쉽기 때문에 크게 진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덧붙였다.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에 거주하는 한 한인 여학생도 로욜라대 메릴랜드, 카톨릭대 및 메릴랜드 주립 볼티모어 카운티(UMBC) 등에 합격했지만 몽고메리 커뮤니티칼리지를 선택했다. 부모가 기꺼이 학비를 낼 생각이었지만, 이 여학생은 “필요없는 비용 지출은 할 필요가 없다”며 결단을 내렸다. 몽고메리칼리지는 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책값만 들었다고 한다.
대학들은 “장기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 환경 속에서 중산층 이상 가구 자녀들의 대학 진학 풍토도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빚을 내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선배들’의 모습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편 대학교 학비는 최근 들어 크게 치솟았지만 학생들의 ‘장학금 쇼핑’도 크게 늘어 지난 5년간 장학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학생과 부모가 부담한 학비는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학들도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 재원에서 더 많은 장학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WP는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커뮤니티 칼리지가 4년제 종합 대학이 주는 경험에 필적하지는 않겠지만, 자기 집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캠퍼스가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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