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파생상품 시장과 케이크 나누기

조그마한 케이크 하나를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한다. 어머니가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줄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크기가 다르게 보이면 작은 부분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어려운 상황 같지만 옛 현인들은 의외로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한 아들에게 반을 자르도록 하고, 다른 아들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인 것이다. 한 아이는 정확히 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케이크를 자를 것이고, 다른 아이는 조금이라도 큰 조각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눈 뒤에는 모두 불만이 없을 것 같다.

규칙이 공정해 보이니까 어머니는 특별한 역할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공정한 규칙을 미리 알고 있거나 스스로 고안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러한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으로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서 입안하고 심사하고, 제정·공표하는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비용, 시간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한 혜안을 만드는 일은 케이크를 나누어 주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 간에 엄청난 속도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손익이 수시로 확정되는 선물·옵션과 같은 파생금융시장에서도 사전에 만들어진 공정한 거래규칙에 따라 매매가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부분은 공정한 거래규칙이 모든 사람에게 항상 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색다른 지식이나 거래기술 등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정보의 성격과 입수과정, 시장에 적용 가능한 거래기술 등에 대한 규칙 또한 이미 정해져 있고, 이를 위반하면 불공정한 거래가 되고 법규에 따른 제재를 받는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지속적으로 이익이 되는 규칙이 있을까? 만약 그러한 규칙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시장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특정한 사람이 이미 정해진 규칙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사람에 비해 이 시장에 대해 더 잘 알고 있고, 거래기술도 뛰어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장은 냉정해서 시장을 더 잘 알지 못하는 참여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별로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시장은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되지만, 작동 원리를 잘 모르고 참여하는 것은 마치 헤엄치는 법을 모르고 수영대회에 나간 것처럼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다른 사람에 비해 시장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빨리 인식하고 더 배워서 거래하거나, 자신이 더 잘 아는 다른 분야에서 성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속도가 빠르고 거래 위험성이 높아 신중하게 매매해야 하는 파생상품시장에서는 높은 수준의 시장지식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복잡한 파생상품 거래 결과로 나타나게 될 손익과 위험이 어떻게 자신의 기대치와 달라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된다.

케이크를 자르는 규칙이 아무리 공정해 보여도 이를 정확히 반으로 나눌 줄 모르거나, 어느 쪽이 더 큰지 판단하지 못하는 아이는 항상 적게 먹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김진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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