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답변한 지 얼마돼지 않아 그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상장사들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하나마나’한 답변 이후 주가급락, 주가급등 요인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투자자들은 손 놓고 이러한 사실에 당할 수밖에 없다.
17일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3일 우리들제약에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들제약은 지난 6일 “발행주권의 현저한 시황변동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으로 다음 공시사항 이외에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일주일이 지난 14일 운영자금 9억9998만원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거래소는 공시를 번복했다며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30조에 따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30조에는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부인 공시한 이후에 3개월 이내에이를 전면취소, 부인 또는 이에 준하는 내용을 공시하는 것을 공시번복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 3일에는 SK텔레콤과 SK C&C, SK가스 등도 작년 11월 횡령혐의 관련 조회공시에서 부인했던 사실을 지난달 10일 발생했다고 공시함에 따라 허위공시를 이유로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스카이뉴팜이 현저한 시황변동 조회공시 답변(주요내용 없음) 이후 15일 이내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이지는 현저한 시황변동관련 조회공시 답변 이후 15일 이내 자기주식 처분 결정을 공시했고, 코리아나화장품도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 등 연장을 결정했다.
조회공시에서 부인한 사실을 뒤집는 사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 종목에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주식 포털 사이트에서 “회사 관계자는 제발 반성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투자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조회공시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회공시 번복으로 불성실 공시 법인에 지정되더라도 단 하루 거래가 정지될 뿐이다. 수차례 지정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받더라도 그 기업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코스닥업체 관계자는 “조회공시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안의 경우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답하면 된다는 분위기”라며 “사실상 중요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실효성이 높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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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현재의 조회공시는 투자자 보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공시번복이나 공시불이행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한 조회공시가 투자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기준을 보다 강화해 불성실공시가 기업 존폐로 직결되도록 하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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