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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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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권 출범 이전부터 문제돼왔던 저축은행사태는 2년에 걸친 정리작업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부실의 주체가 다소 바뀔 뿐 금융부실문제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유사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면에는 규제되지 않는 탐욕의 창이 자기 보신주의의 도덕적 해이로 약화된 방패를 매번 뚫어가기 때문이다.

독버섯처럼 금융계를 어지럽히는 부실의 씨앗은 공공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주체가 무력화된 현실에서 마구 퍼져가고 있다. 아무리 납세자의 이익과 공공성, 그리고 예금자와 투자자 보호가 강조되지만 현실은 겉치레로 비춰질 뿐이다. 반듯한 금융시스템의 운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건실한 미래를 준비하려는 대다수의 바램은 종종 외면당하고 묵살 당한다. 제대로 된 감독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묵묵히 감내하는 금융 이용자의 입장에서 최근의 모습은 최소한의 기대마저 허무하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금융계에는 훌륭한 공익 수호자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엘리트들이 특정이익의 보호에 포획되면서 생태계의 공공성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기 쉬운 구조로 변했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중장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련의 초석다지기는 보고서에만 남게 된다. 반면 정치적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성과는 그 배경의 쇠퇴와 더불어 대부분 부실이나 책임주체마저 모호한 유산(legacy)으로 귀착된다. 정치권 이외의 상부조직마저 정무적 기준이 우세해지면서 브로커와 로비스트의 역할이 시장메이커의 역할로 변모했다.

납세자와 주주의 입장에서 보호되고 존중돼야 할 일련의 원칙이나 결정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잊혀진지 오래이다. 시장경제라고는 하지만 우리 금융권의 생존방식마저도 점차 정치화돼가고 있다. PF대출, 카드 및 가계부채, 저축은행 사태를 둘러싼 어처구니 없는 행각들은 이러한 현실의 반영일 뿐이다.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해온 대다수 저축자와 투자자들로서는 일방향의 숨막히는 현실이 고통스럽다.

금융은 전적으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통해 작동한다. 국가적 지지와 보호, 그리고 감독노력이 정당화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공공의 신뢰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런데 위기가 거듭되면서 금융의 모습은 제 자리를 찾는 대신 오히려 표류하고 있다. 시스템의 작동에 필요한 선별기능은 집요하고 집단적이며 우회적인 로비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분식적인 대응은 거듭해서 금융사태로 이어졌다.

정작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과 원칙마저 팽겨쳐버린 금융 시스템 참여자들의 공공의식 결여와 안이한 자세이다.

이제 납세자들과 금융이용자들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내어온 납세자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금융 기본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부실을 키워놓고 종말처리하는 것은 구조조정이 아니다.

이미 우리 금융생태계는 원칙과 독립성을 자체적으로 지키기에는 너무 황폐화됐다. 새로운 주역들의 참여로 금융부문은 기초부터 정리되고 공정한 원칙이 자리잡아야 한다. 더 이상 현 상황의 묵시적 원인제공자들이 더 큰 부실을 만들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미 우리의 미래는 금융지배구조의 공백과 무분별한 지대추구로 캄캄해졌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자원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은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주고 뺨맞는데도 분명 한계가 있다. 우리의 미래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므로 더 이상 관용이나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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