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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마다 삼처럼 중생들이 모였다는 마곡사는 봄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공주의 사찰들은 애잔합니다. 절마다 곡진한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김 그대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공주 계룡산에는 이름난 절들이 제법 많습니다. 봄에는 풍성한 꽃과 솔바람이 부는 마곡사(麻谷寺)가 첫손에 꼽히고 여름철에는 신원사(新元寺로 가는 길이 소담합니다. 가을이면 단연 갑사가 일품입니다. 봄 풍경이 너무 화사해 춘곡사로도 불리는 마곡사는 한창 녹음이 우거져 마치 초록물감으로 산을 그려 놓은 듯 합니다. 태화산 기슭 맑은 물이 차르락 거리며 흘러내리고 새순 돋은 나무마다 묻어 있는 초록의 물결은 가히 장관입니다.
마곡사로 들어가는 길에 개울이 있습니다. 개울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나누어집니다. 남쪽에는 현세를 상징하는 영산전 수선사 매화당 등이 있고 북쪽에는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대웅보전이 있습니다. 절의 풍경이 이렇게 갈리는 곳도 보기 드뭅니다. 한국 풍수의 대가였던 도선스님은 마곡사 터를 보고 “삼재가 감히 들지 못하는 곳이며 유구와 마곡 두 냇물 사이의 터는 능히 천 명의 목숨을 구할만하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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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 솔바람길은 백범선생이 명상을 하던 유서깊은 곳이다. 울울창창 소나무가 만든 풍경이 아름답다. |
그만큼 마곡사는 명당에 자리잡았나 봅니다. 요즘 마곡사는 속인들의 발길이 잦아졌습니다. 절집 자체의 아름다움이야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도 마곡사 주변의 풍경과 더불어 걸을 수 있는 ‘마곡사솔바람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솔바람길은 모두 3코스인데 그중에 ‘백범 명상길’로 불리는 1코스는 비록 거리는 3km에 불과하지만 숲이 울창해서 산책코스로는 그만입니다. 잘알려져 있듯이 백범 김구 선생은 한때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한 적이 있었습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제에 분노해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마곡사에서 숨어지냈던 것입니다.
백범은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는 명상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나라를 잃은 슬픔과 가슴속에 타오르는 분노를 식히곤 했습니다. 명상길을 거니노라면 금당화 매발톱 등 곱디고운 야생화도 만나게 됩니다. 휘어진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기이한 풍경과 가히 군왕이 나올만큼 지세(地勢)가 강한 군왕대도 보게 됩니다. 군왕대에 올라서면 마곡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꽃처럼 내려서 스님네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벚꽃은 이미 끝물이지만 계절을 즐기려는 중생들이 골짜기(谷)로 마(麻)처럼 삼삼오오 무리지어 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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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가는 길은 고즈넉하다. 풍경하나마다 세월이 묻어 있고 자연이 숨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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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포위한 절 갑사는 울창한 산림으로 인해 신령한 기운까지 느끼게 한다. |
계룡산 서쪽 기슭의 갑사는 마곡사의 말사(末寺)이지만 웅진시대를 상징하는 백제국의 으뜸 사찰입니다. 그래서 이름에 갑(甲)자가 들어가는가 봅니다.예전 국어교과서에는 ‘갑사로 가는 길’이라는 수필이 실려있었습니다. 갑사로 오르는 풍경의 고아한 모습을 유려한 필치로 담아 냈지만 실상 길에 들어서면 필설이 그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느티나무 팽나무 갈참나무 등의 아름드리 거목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신령스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갑사 뒤 남매탑의 아름다운 전설도 ‘갑사로 가는 길’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갑사는 9개의 계곡이 특히 유명합니다. (용유소, 이일천, 백룡강, 달문택, 군자대, 명월담, 계룡명암, 용문폭포, 수정봉) 이름이 많이 알려진 절집치고 갑사는 생각보다 소담합니다. 낮게 두른 담장은 정겨움마저 느껴집니다. 갑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 (420년)에 아도화상이 이곳을 지나다 주춧돌을 놓았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이후 신라 의상대사에 의해 화엄종 도량이 됐다고 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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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과 불교가 만난 독특한 풍경이 신원사 중악단을 만들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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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와 동학사 마곡사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소담한 아름다운은 빠지지 않은 신원사 |
마곡사를 지나 갑사를 둘러보았다면 신원사를 빼놓지 마세요. 마곡사나 갑사 만큼 이름세는 없지만 자연풍광만은 두 절에 비해 손색이 없는 곳이 신원사입니다. 배룡나무와 느티나무들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 신원사에는 절집답지 않은 한옥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조선시대 계룡산의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중악단입니다. 조선말기의 풍운의 시절 명성황후가 이곳을 찾아 기원을 드렸다고 합니다. 중악단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중문채가 나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아늑한 공간에서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민간신앙과 불교가 혼합하여 만들어낸 독특한 건축양식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마음이 헛헛하면 계룡산에 올라보세요. 봄 햇살에 녹아 있는 산사의 풍경과 이제 시작된 여름의 녹음 곱디고운 솔바람이 신산해진 마음을 치유시켜줄겁니다.
여행메모
◆ 볼거리 -‘신록! 생명, 수행, 나눔으로 함께 하는 우리는 하나’라는 주제로 마곡사 신록축제가 19,20일 양일간 열린다. 축제는 태화산 트레킹, 십승지 MTB 라이딩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 좌선 및 108배 체험, 연등 및 염주만들기 등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맛집 - 새이학(041-856-0019)은 공주국밥이 한옥마을 내 금강관(041-857-6700)은 한정식이 맛있다. 오색연문오채비빔밥(041-856-0757), 올갱이해장국(041-855-6650)바람처럼 구름처럼(041-841-9959)도 별미다.
◆숙박 - 공주시 관광단지길에 조성된 공주한옥마을(041-840-2763) 계룡산유스호스텔(041-856-4666), 공주유스호스텔(041-852-1212), 전통불교문화원(041-841-5050), 공주시 홈스테이협회(041-853-303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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