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의 24시간 보냈으니 메이저대회에서 일 내야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6-06 15: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재미교포 제임스 한, 미PGA 2부투어 첫 승 올린 후 US오픈 출전권까지 얻어…두 살 때 이민 가 UC 버클리 졸업한 늦깎이 골퍼

2012 US오픈 예선전에서 벙커샷을 하는 제임스 한. [USGA 홈페이지 캡처]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지난 24시간을 믿을 수 없다. 내 생애 최고의 하루였다.”

타이거 우즈가 매직같은 플롭 샷으로 미국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우승할 때 그 못지않은 환희를 만끽한 골퍼가 있다. 재미교포 프로골퍼 제임스 한(31)이다.

제임스 한은 미PGA 내션와이드(2부)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국내팬들에게는 낯설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하기도 했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롤리의 TPC웨이크필드 플랜테이션(파71)에서 끝난 내션와이드투어 ‘더 렉스 하스피털오픈’에서 연장전끝에 투어 첫 승을 올렸다. 생애 처음 거금 9만9000달러(약 1억1700만원)를 손에 쥐었다. 그는 “내가 우승하다니, 꿈에 그리던 일이다”고 감격해했다. 그는 시즌 상금액 15만8395달러로 투어 상금랭킹 5위로 뛰어올랐다. 올시즌 상금랭킹 25위안에 들면 내년 미PGA 투어카드를 받게 된다. 제임스 한의 내년 미PGA투어 진출은 확정적이다.

중국어에 ‘호사성쌍’(好事成雙)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긴다’는 뜻이다.

제임스 한은 우승 세리머니를 하자마자 롤리 공항으로 날다시피갔다. 다음날 서부에서 열리는 2012US오픈 예선전에 출전신청을 해놓았기 때문. 그는 간신히 비행기를 탔고 새벽에 캘리포니아주 알라미다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눈을 붙이는둥마는둥 하고 아침 7시 인근 데일리에 있는 골프장에서 예선전에 임했다.

그는 오전 레이크머시드GC에서 66타, 오후 TPC하딩파크에서 70타를 친 끝에 36홀 합계 8언더파 136타로 1위를 했다. 그 곳 예선전 참가선수 130명 가운데 6명에게 US오픈 출전권이 주어졌다. 제임스 한은 당당히 1위를 기록하며 열흘 후 인근 올림픽클럽에서 열리는 US오픈에 나가게 된 것. 골프를 시작한 후 한 시도 잊지 않았던 일 두 가지를 하룻새 이룬 그는 “머리속에 생각이 많다. 그러나 웃음을 그칠 수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 출신인 제임스 한은 두 살 때 부모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민갔다. 드라이빙 레인지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골프와 접하게 됐다. 그는 학업성적도 우수해 2003년 UC버클리(미국학 학사)를 졸업했고 곧장 프로골퍼가 됐다.

그러나 프로골퍼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년간 몇몇 작은 대회에 나갔으나 성적은 보잘 것 없었다. 그래서 광고회사, 신발가게, 프로숍 등지에서 일하며 생계를 도모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한국투어에도 출전했으나 역시 성적은 미미했다. 2008년과 2009년 캐나디언투어에서 2승을 올린 것이 그나마 그의 이력 중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당시 에드먼튼호텔에 투숙했는데 통장 잔고가 288달러(약 34만원)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수중에 288달러만 있어도 나는 연습하고 대회에 나갈 수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10년 내션와이드 투어프로가 된 후 3년째 뛰고 있다.

인생 최고의 한 주를 보낸 그는 고향에서 열리는 US오픈(14∼17일)을 고대한다. 세계랭킹은 347위에 불과하지만, 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우즈-로리 매킬로이의 우승다툼 못지않게 국내 팬들은 제임스 한을 주목할만하다.

한편 위창수(40· 테일러메이드)도 오하이오주 예선에서 우승하며 생애 두 번째로 US오픈에 출전하게 됐다. 이로써 올 US오픈에는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배상문 이동환 박재범, 그리고 케빈 나와 제임스 한까지 8명의 한국(계) 선수가 출전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