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충식 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속전속결로 차기회장 선출 과정이 진행됐다.
게다가 유력한 후보자들의 이름이 소문으로 나돌기 시작한 것은 신 전 회장이 사퇴한 지 고작 2~3일 만이었다. 통상 여타 금융지주회사에서 회장 선임 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군에 내부인사를 배제하면서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관료 출신 인사들의 자리챙기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등 구설수에 휘말렸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노조 반발도 거세다.
게다가 회장추천위원회는 구성원의 명단만 공개했을 뿐, 농협 본사가 아닌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의를 갖는 등 밀실 행정으로 일관했다. 어떤 기준과 조건으로, 총 몇명을 대상으로 후보자 선정을 진행하는지 선임 과정은 전혀 알 수 없다.
마치 농협금융이 출범하기 이전인 3개월 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양상이다.
당시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주사 회장 후보자로 외부인사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농협 중앙회의 인사추천위원회는 구성위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으며, 역시 농협이 아닌 모처에서 회의를 가졌다. 결과적으로는 신 전 회장이 낙점됐지만 본인조차 사전에 알지 못하는 깜짝 인사였다. 비판을 피하고자 미봉책으로 인사를 시행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이번 농협금융의 회장 선임절차가 투명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의문을 갖일 수밖에 없다. 여하튼 농협금융은 세 달만에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하지만 '관치'인지 '내치' 인지는 몰라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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