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바이어들의 '진짜 고민'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불황이 현실화되면서 유통업체에 의류 담당 바이어들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판매 부진으로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던 올해 초와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대형마트 의류 바이어들은 최근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곤혹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대량으로 생산, 납품한 제품들이 불황으로 판매가 감소하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앉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최근 생산량을 대폭 축소했고, 불똥은 바이어들에게 튀었다.

유통업체 의류 매장들은 올해 초 소비 심리 위축에 이상 저온현상까지 겹치며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실제 아웃도어 업체들의 경우, 지난 몇 해 동안 이어진 아웃도어 열풍으로 생산을 대폭 늘렸지만 찾는 손길이 줄어들며 '눈물의 땡처리'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의류 제조업체들은 쌓인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백화점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의류 바이어들은 비상이 걸렸다. 행사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행사 매출이 나오지 않더라도 구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상반기 내내 불황 탈출을 위한 백화점들의 초특가 행사가 이어지며 바이어들의 고민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올 여름 세일 기간도 예년보다 보름 가까이 늘어나면서 속앓이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제 주요 백화점들은 여름 정기 세일을 최대 2주일가량 늘렸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3사 모두 이달 29일부터 내달 29일까지 한 달 동안 할인을 진행한다. 작년 17일보다 2주가량 늘어났다. 정기 행사에 앞서 지난 주말부터 브랜드 세일이라는 명목으로 행사에 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세일 기간은 예년보다 3주나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의류 제조업체들은 백화점 행사에 맞춰 증산을 꺼리고 있다. 지난해 고객들이 지갑을 닫은 후 경험한 재고 처리의 어려움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 업체들은 행사 상품을 저가에 공급해도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각 백화점 행사 규모에 맞춰 납품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끼 상품의 경우, 손익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적은 돈을 들여 찍어내야 하는데,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비정상적인 구조인 탓에 의류 제조업체들은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국내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올 봄에는 창고에 쌓인 재고를 처리하느라 고생했는데, 요즘에는 행사 상품 재고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각 의류업체들이 불황으로 인해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상황이라 재고 확보를 위한 바이어들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 심리가 언제 쯤 돌아올지도 예측할 수 없는데다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당분간 재고 때문에 고생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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