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입니다.
오늘은, 우리 정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약점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기성정치 문화에 물들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권변호사 시절에도, 참여정부 일 할 때에도, 정치에 나서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까지 제가 지켜봐 왔던 정치는 제가 다가갈 수 없는 영역처럼 보였습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정치 같았습니다.
좋은 분들도 정치에 들어가면 금방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유로운 사고를 가졌던 분들이 당의 논리에 매몰되어 당리당략이 소신처럼 되고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낯뜨거운 몸싸움까지 예사로 하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그런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도, 감당할 자신도 없었습니다.
정치는 제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국회의원 출마요구를 피하기 위해 참여정부때 민정수석 자리를 그만두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정치를 하게 됐습니다.
정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정치를 잘할수있게 됐다고 제 능력을 다르게 평가하게 된 것도 아닙니다.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절망이 너무 커진 것을 보면서, 저같은 사람들도 참여해서 정치를 바꾸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야권대통합 운동에만 힘을 보탤 생각이었습니다.
그 운동에 앞장선 책임감 때문에 민주통합당에 들어간 것이 작년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만에 저는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가 되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정치를 잘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동안 정치권 바깥에 있었던 만큼 국민들의 정서와 마음을 잘 헤아려서, 그 자세 그대로 정치를 바꿔나가라는 요구 아닐까요.
기존의 정치를 확 바꿔달라는 요구, 정치개혁을 이루어달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요구가 저를 민주통합당의 후보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정치에 대해 불만이 무척 많으시지요? 저도 똑같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유독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가장 낮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저를 잘아는 가족들과 친구들은 반대했습니다.
그 험한 동네에 가서 견딜 수 있겠느냐, 망가진다, 욕먹게된다, 상처받을 것이다,
다들 만류했습니다.
선량한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세상이라고 여기게 될 만큼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정치의 핵심 문제이고, 정당 정치가 처한 위기의 본질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정치, 분명히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불신하고 외면하는 것으로 잘못된 정치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정치와 국민이 더욱 멀어지는 길입니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참여해야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정치에 뛰어들고 출마를 결심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정치에 들어와보니 좋은 분,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았습니다.
국회에서 매일같이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법안 발의나 국정감사 준비도 다들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노력이 국민들에게 와닿지 않고 정치불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우리 정치가 특권과 기득권 구조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치가 국민들과 동떨어져서 정치인, 자기들끼리의 정치,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한 정치로 불신받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가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다니느라면, 당선되고 나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선거때만 와서 절하느냐고 나무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평소에 유권자들에게 잘하지 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을까요?
막대기만 꽃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에선 다시 공천받는 것이 중요하지 유권자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발 좀 싸우지 말아달라는 말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모두 나라를 위한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싸울까요?
정당이 정책보다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니, 자신이 잘하는 것보다 상대를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 이기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상대편이 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고 싸웁니다.
우리 정치가 움켜쥐고 있는 기득권의 핵심이 바로 고질적 지역주의 구조입니다.
우리 정치를 혁신하려면 지역주의 정치구조를 지속시키는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합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지역주의를 허물어야 합니다.
호남에 새누리당, 영남에도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나와서,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이루어져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럴려면 비례대표 의석수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합니다.
적어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의석배분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역구 한 석 줄이는 것도 어려운데 46석을 줄이는 것이 쉽겠습니까? 역대 정부가 하지 못했던 이유입니다.
국민들이 이해해주고, 밀어주고, 지지해 주셔야 그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입니다.
국회의원의 다른 기득권도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선거구 획정 같이 국회의원과 정당의 이해가 걸린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독립된 기구에 맡겨야 합니다.
자기 밥그릇을 자기가 지키는 의사결정 구조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 징계도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흥정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징계절차에 일반 시민이 참여하고, 차일피일 하지 못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적 연금제도도 내려놔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의 영리 목적 겸직도 금지시켜야 합니다.
여야가 합의하면, 이런 정치개혁 과제를 해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께서 동의한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함께 입법할 것을 제안합니다.
정당의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국민들은 공천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공직후보 공천권을 국민들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저희 당도, 국민경선과 모바일 투표 등 공천 제도를 쇄신해 왔지만 국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선거에 닥쳐서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드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좋은 위원들을 모셔도 나눠먹기 공천, 민심과 동떨어진 공천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실망할 수밖에 없죠.
저와 민주통합당은 공직후보 공천권을 국민들께 완전히 돌려드리겠습니다.
비례대표 공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과 늘 소통할 수 있도록 정당의 체질도 바꿔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과 보통 시민들이 정당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당의 기득권도 깨지고 젊고 개혁적인 정당이 됩니다.
민주통합당을 창당할때 혁신과 통합의 방법으로 합의했던 정당개혁을 실천하겠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당원제를 도입하고 기존 오프라인 정당에 SNS와 인터넷을 탑재한 네트워크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직장인들, 대학생들도 쉽게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로운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도덕성을 통한 신뢰입니다.
그러려면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합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반드시 설치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완전히 무너진 고위공직자 인사에서의 도덕성을 세우겠습니다.
위장전입이나 병역비리, 표절이 장관이 되는 필수 과목이라니, 얼마나 한심하고 부끄러운 얘깁니까?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의 5대 부패 행위자,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비리의 5대 비리 행위자는 아예, 문재인 정부에 발도 붙일 수 없도록 인사검증 매뉴얼을 법제화하겠습니다.
싸우기만 하는 정치를 고쳐서 품격 있는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당선되면 바로 여-야 대표를 만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동의한다면 지금 즉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간의 정책협의회를 구성해도 좋습니다.
여기서 정치개혁 법안과 민생법안을 합의해서 입법을 추진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국민여러분.
저는 100만 명의 국민들이 참여해서 직접 선출해 주신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서, 정치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낼 책임을 저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새로운 정치를, 민주통합당과 함께 책임지고 실천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민주통합당도 혁신하겠습니다.
지금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와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우리 정치는 과거 오랫동안 군사독재 암흑기에 있었습니다.
유신독재 시절에는 대통령을 국민들 손으로 직접 뽑지도 못했습니다.
2000여명이 체육관에 모여서 대통령을 뽑았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늘 99.9%의 찬성율로 당선됐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제도였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비로소 대통령 직선의 길이 열리면서 민주정치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5년, 아직 우리 민주정치 역사는 짧습니다.
그동안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력을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당정치가 발전하지도 못했습니다.
의회 정치를 이끌어야 할 정당이 불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급기야 국민들은 정당 바깥에서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찾게 됐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도 결국은 정당을 통해서 실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당을 지배하지 않으면서도, 정책에 관한 한 정부와 당이 함께 책임지는 확고한 정당책임정치를 실천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의 민주통합당, 미흡하고 부족합니다.
그걸 바꾸기 위해 시민사회세력 그리고 노동계와 함께 대통합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모자랍니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저의 정치혁신 방안 중 정권교체를 기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부터 먼저 실천하겠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와 개혁에 힘쓸 것입니다.
환골탈태하는 민주통합당, 제가 만들어 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 개혁, 깨끗한 정치, 모두 국민이 바라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구시대 관행과 기득권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야 더욱 확실하게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과연 누가 그 일들을 책임 있게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인지 국민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이나 비서실장을 할 때 아는 사람들로부터 원망을 많이 들었습니다.
부탁을 안 듣자니 아예 접촉을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도, 동문회도 피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도덕성의 모범이 돼야 할 민정수석이 지켜야 할 원칙이고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원칙을 지키는 게 더 쉬웠다고 생각합니다.
원칙은 정해놓고 지키면 되지만 원칙이 아닌 건 그때그때 판단하기가 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세계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인, 공직자, 그들에게 적용되는 공평과 정의의 원칙은 다 똑같습니다.
정치의 수준, 도덕성의 수준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평과 정의는 참담하게 무너졌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치를 바꾸고 도덕성을 세워서 공평과 정의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시 5년을 허비하게 됩니다.
이번 대선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사사로움을 버리고 대의에 충실한 정치인, 구호로서가 아니라 살아온 삶을 봤을 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에게 정치개혁과 새 정치, 부패와 특권의 청산을 맡겨야 합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어도 지금의 이 초심,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다.
원칙을 굽히는 타협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잘못된 정치권의 관행에도 물들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는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입니다.
권력이나 돈이 먼저인 정치의 시대를 마감하고 사람을 정치의 중심에 세우고 싶습니다.
사람이 먼저이고 국민이 먼저인 진정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늦은 밤까지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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