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1.6% 그리고 33.1%'. 금융공기업에서 여성의 위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다. 전자는 여성 임원의 비율을, 후자는 신입직원 채용규모 중 여성의 비율을 가리킨다.
하지만 앞으로 이 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공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정몽준 의원과 민주통합당 추미애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62명의 이름으로, 공기업과 준(準) 정부기관 등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서 내리는 관련 지침에 따라 기관들이 연차별 목표를 수립해 향후 특정 성별이 3년 이내에 85% 이상, 5년 이내에 70%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여성 임원 비율을 3년 내 적어도 15%, 5년 내 30%까지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공공기관은 특히 여성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이는 곧 금융공기업에 종사하는 여성 직원들에게 단비와도 같다.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통계를 보면 현재 신·기보, 예보, 한국거래소 등 금융위원회 산하 10곳의 금융공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재직하고 있는 곳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유일하다.
캠코의 노정란 상임이사는 공기업 최초로 여성 인사부장의 수식어를 단 데 이어, 지난해 2월 임원으로 선임되며 금융공기업 제1호 여성 상임이사가 됐다.
아울러 지난해 3분기까지 10곳의 여성 직원 수는 임원을 제외하고 모두 1135.5명(단시간 근로자 환산)이었다. 이는 2011년 여성 현원 총 수가 1104명이었으므로, 현재까지 31명 남짓 증가하는 데 그친 숫자다.
앞서 2011년에는 2010년보다 여성 현원이 67명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가 제외됐다 하더라도 이는 낮은 수준이다.
금융공기업의 여성 임원이 이토록 적은 배경은 금융공기업의 보수적인 조직문화 특성상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에 육아 등으로 인한 조기 퇴직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여성 임원의 수가 늘어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성과를 통해 파격적으로 인사를 시행하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아야 임원으로 선임하는 관례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부서장 위치의 여성 직원의 수가 많지 않다.
신용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는 "통상 본부장을 거쳐 임원직으로 올라가는데 현재 신보 내 여성 지점장은 1명밖에 없다"면서 "조기 퇴직자들도 많아 고위직으로 올라갈 만한 여성 직원 수가 아직까진 적어, 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들에게 희소식이다. 아울러 신입직원 채용비율에서도 여성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 같은 기회는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 인재개발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사의 신입직원 채용 시 약 50%가 여성"이라며 "상급직원의 여성 비율이 높지 않아 임원직으로 올라갈 여성 직원이 많이 적긴 하나, 채용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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