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중반 와타나베 부인(엔 캐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미스 부인(달러 캐리) 등이 한국 자본시장에 대거 투자하며 주목을 받은 이후 5년 만에 한국 유턴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은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들을 의미한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중상층 주부 투자자들이다. 일본에서는 개인 외환투자자를 통칭하는 용어로 '와타나베 부인'을 사용 중이다.
아베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지난해 11월까지 이들에게 한국 시장은 관심 밖이었다. 대부분 와타나베 부인들은 지난해 호주와 터키, 브라질 자산에 가장 많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와타나베 부인이 다시 한국을 투자시장으로 바라보는 것은 원화 강세와 함께 안정적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주요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천명하며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통화정책에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도 해외자금 유입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 같은 현상으로 볼 때 현 시기는 와타나베 부인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증권가에서는 와타나베 부인의 귀환으로 주식시장 상승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돈이 많이 유입되는 만큼 주식시장에서는 이들이 많을수록 환영할 일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 자금이 원화 강세를 떠받치는 형국이 될 경우 수출 등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다. 터키도 일본 투자자들의 유입을 방치한 대가로 금리하락이 불가피해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율갈등 소지나 엔 캐리 트레이드 위축 등에 따라 당장 엔화 추가하락 여지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은 총재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환율전쟁 위험을 경고하는 한편 적극적인 환율안정 의지를 시사하면서 추가하락 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들도 지난 10일 이후 주식 순매도로 일관하며 환율 하락 심리가 한풀 꺾였다.
또 엔화 급락으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자금 유입이 급증하면서 일부 국가에서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등 국제 환율전쟁이 재현될 조짐이 보이자 일본 정부가 부담을 느끼는 점도 와타나베 부인의 한국 시장 진출 시기를 늦추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엔화의 추세적 하락을 견인했던 엔 케리 트레이드의 경우에도 현 시점에서 미국과 일본 금리차가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엔화 급락 과정에서 자칫 일본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확산되고 일본 국채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국채 보유비중이 큰 일본 금융기관이 입게 될 타격도 부담스럽다"며 "엔화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급등세를 지속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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