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향상과 더불어,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과 해외 수요가 맞물리면서 채권 발행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금리는 만기 2년물 0.77%, 3년물 0.87%로 국내 시중은행이 발행한 사무라이 채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3년 만기 미화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 금리는 미국 3년물 국채에 1.05%를 가산한 1.37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시중은행이 발행한 3년물 채권 중 최저 가산금리다. 국민은행이 이달 8일 같은 수준의 금리로 발행한 달러화 채권보다도 2억 달러 더 많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
금리는 미국 국채 수익률에 1.27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시중은행이 발행한 5년 이상 장기 채권 가운데 최저금리다. 앞서 농협은행이 지난해 세웠던 최저금리(미 국채 수익률+1.65%포인트)를 경신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외화채를 최저금리로 발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오른 이후부터다.
지난해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모두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여타 선진국들의 등급이 잇따라 떨어지는 와중에, 등급이 올라간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한국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규모는 미화 391억 달러로 전년보다 32% 증가했고, 발행 건수도 전년보다 71건이 늘어난 314건을 기록했다.
발행금리 스프레드(격차)도 5년물 기준으로 미 국채금리 대비 연초 300bp(1bp=0.01%)대에서 130bp대로 축소됐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세계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점, 최근 유럽 등 세계 경기 상황이 점차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기대감도 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은 올해에도 국외시장에서 한국물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 상황이 느리지만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양적완화 기조도 계속되면, 이는 조달 여건에 꾸준히 호재로 작용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앞서 올해 외화채 시장과 관련해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고 주요국의 국채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현상 등으로 투자자들의 한국물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조기 종료되거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가 악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 발행 여건이 좋아진 건 사실이나, 발행 물량이 늘어난 것만 보고 경기 회복을 단언하기엔 이르다"면서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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