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이 악화된 일부 부실 저축은행들은 살아 남기 위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에 애를 쓰고 있지만, 이미 추락해버린 신뢰와 대내외 악재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저축은행과 영남저축은행은 지난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서울저축은행은 웅진그룹의 계열사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비율은 -6.26%, 자본잠식률은 116.8%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서울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았지만 경영정상화에 실패해 결국 퇴출의 길을 걷게 됐다.
영남저축은행은 지난해 5월 영업정지 된 한국저축은행 계열 저축은행으로, BIS 비율은 -0.53%, 자본잠식률은 94.89% 수준이다.
예금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영업정지가 이뤄지고, 두 은행은 18일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는 가교저축은행으로 넘어가 영업을 재개한다.
◆남은 은행도 안심 못해…절반 이상 적자
올해 들어 첫 영업정지가 단행되자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을 닫은 곳 외에도 여전히 부실 저축은행들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공시한 15개 저축은행 중 10곳이 적자를 냈다. 지난 14일 상장폐지가 결정된 신민저축은행은 당기순손실 6억414만원을 기록했고, 자본잠식률은 무려 77.72%다.
영업정지된 서울저축은행과 영남저축은행은 각각 188억8800만원, 114억5600만원 적자를 냈다. 신라저축은행도 815억9600만원, 현대스위스와 현대스위스2 저축은행은 각각 982억7700만원, 471억33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BIS 비율 기준에 미치지 못한 은행들도 절반 이상이다. 영업정지된 서울저축은행 -6.26%, 영남 -0.53%에 이어 신라 -9.13%, 현대스위스 -1.28%로 집계됐다.
이번 영업정지 대상에서 빠졌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지난해 하반기 실적 공시를 하지 않은 은행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주요 먹거리들이 사라지면서 업계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다"며 "게다가 영업환경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남아 있는 90여개 저축은행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출 피하려면 건전성 회복 급선무
업계 상황이 악화되자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회복을 위해 자본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최근 일본계 금융투자회사인 SBI홀딩스에 인수돼 간신히 퇴출을 면했다.
금융위가 SBI홀딩스의 주식취득신청을 승인하게 되면 SBI홀딩스의 모회사인 SBI그룹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지분 89.4%, 현대스위스2저축은행의 지분 93.9%를 갖게 된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BIS 비율이 7%를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신라저축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 금융위에 집행정지 신청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 주말 서울·영남저축은행과 함께 영업정지 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부실 금융기관 지정에 대한 집행이 정지되면서 이번에 퇴출은 면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건전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바뀌면서 은행들이 건전성 회복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현재로서는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없기 때문에, 자본잠식 상태인 은행들이 유상증자 등에 성공해야만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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