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이혜림·박현준·권경렬 기자= # 올해로 직장생활 4년차가 된 이소라씨(28·여)는 정들었던 부모님의 품을 떠나 직장 근처 오피스텔로 거주지를 옮겼다.
스무살 때부터 꿈꿔 왔던 홀로서기에 성공했지만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다보니 종종 어려움을 겪곤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1인가구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집안일을 꾸려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씨의 오피스텔은 전용면적이 21㎡에 불과하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케아의 조립형 가구로 실내를 꾸몄다. 삼성전자의 1도어 미니 냉장고와 LG전자의 27인치 스마트 TV, 대우일렉의 벽걸이 드럼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초소형으로 마련했다.
이씨는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한 번에 4~6잔 정도만 추출할 수 있는 소형 커피메이커는 남은 커피를 버리는 낭비를 피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침식사를 할 때는 식판을 사용한다. 설거지를 줄이고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량 조절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밥은 쿠쿠전자의 미니 밥솥으로 하고, 반찬은 편의점 등에서 구입한 반조리 제품을 이용하니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씨는 주로 1인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칸막이 등이 설치돼 있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식사를 할 수 있다. 음식이 나오자 가볍고 한 손으로 줌 조절도 할 수 있는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로 셀카를 찍는다. 우아한 솔로 생활을 과시하기 위한 필수 행동수칙이다.
이씨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에 주거래은행에 들렀다. 분실 위험이 적고 휴대하기도 간편한 모바일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다. 또 독신일수록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관리가 필요하다는 은행원의 설명에 계획에도 없던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말았다.
퇴근 후 이씨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시간이 남아 약속장소 근처의 카페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고객들을 위해 1인용 테이블을 구비해놓고 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으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금요일 밤 이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말에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막힌 하수구를 뚫어야 하고 액자를 걸기 위해 못도 박아야 한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1인 가구를 위한 생활용 심부름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솔로족 소비 트렌드, 소형·간편·효율·안전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소비력을 갖춘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거주공간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형화가 대세다. 지난해 말 기준 60㎡ 이하 주택 건설에 대한 인·허가율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반면 85㎡ 이상 주택은 5% 정도 하락했다.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 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가구의 규모가 작아지면서 소형 주택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며 "1인가구 중에서도 주거의 질적 향상을 원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원룸 형태보다는 60㎡ 내외의 중소형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편함도 솔로족의 주요 소비 트렌드 중 하나다. 소포장·소용량 식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어 즉석밥과 샌드위치 등 간편식 매출도 증가세다. 지난해 편의점업계 매출은 1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이와 함께 가전제품과 가구 등에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성능에도 고효율로 전기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립형 가구와 내구재 소비가 늘고 있다.
경제적·정서적 안정도 1인가구의 소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다.
금융권은 고소득 싱글족을 타깃으로 한 저축 및 신용카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고소득 1인가구의 평균소득은 6000만원, 평균자산은 3억6000만원가량으로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1인가구의 외로움을 상쇄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률은 50%를 상회했으며, 메신저와 SNS 이용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중심의 1인가구와 남성 위주인 4인가구는 소비구조가 다르다"며 "가계 소비지출 품목별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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