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노원병 보선 무공천 결정의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 대선 때 야권연대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의원으로 후보단일화를 해준 안 전 교수와 진보정의당 측에 대한 보답의 의미다.
정성호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바로잡고 경종을 울리려면 범야권의 결집과 연대가 절실하다"며 "공당으로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당위와 이번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승리해 박근혜 정부에 경고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 사이에서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론도 무공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후보를 낸 상황에서 안 전 교수가 승리한다면 민주당의 정치력은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다. 또 안 전 교수가 패배해도 야권 분열의 책임을 민주당으로선 일정 부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안 전 교수 측의 독자 세력화를 통한 신당 창당 가능성도 민주당 무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신당'이 야권의 빅뱅으로 이어질 경우 민주당으로선 안 전 교수와의 연대 여지를 최대한 열어두는 것이 정치지형 변화에 대응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둘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으로 안 전 교수에게 지난 대선과정에서 진 빚을 갚았다. 반대로 안 전 교수는 이번에는 민주당에 신세를 졌기 때문에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무조건적 '의원 빼가기' 행태를 자제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공천 결정이 안 전 교수와의 정치적 연대를 이루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전 교수는 무공천 결론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의 결정에 대한 별다른 평가 없이 "새정치의 길에서 여러 사람이 뜻을 모으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언급을 하는 데 그쳤다. 실제 민주당은 무공천 결정 과정에 안 전 교수 측과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정 후보를 지지키로 한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진보정의당 내에서는 사실상 안 전 후보 도와주기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도 적지 않다.
야권연대 등 아무런 명분 없이 무공천을 내린 당 비대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용섭 의원은 "지도부가 안 전 교수에게 진 부채, 범야권 결집, 새누리당 후보의 어부지리 등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하지만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런 식의 무공천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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