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연구소 소장
'4·1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온 후 주택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분양이나 신규주택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에도 일정한 요건만 맞으면 양도소득세를 5년간 면제해주겠다는 조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아주 획기적인 대책이다.
또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올해 말까지 취득세를 면제해주겠다니 지금까지 지난 5년간 나온 미온적인 부동산대책들보다 확실히 강도가 높은 대책임이 분명하다. 이런 정도라면 주택거래 활성화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거래가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당분간 거래 침체가 가속화되고, 더욱이 국회 통과가 늦어진다면 거래절벽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지금은 매수세력이 없고 내수경기 침체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가계부채로 힘들어하는 하우스푸어도 너무 많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주택의 매수세력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주택 투자 수요층과 무주택 실수요층, 그리고 주택 교체 수요층이 그것이다.
우선 주택 투자 수요층은 지난 2005년 양도세 중과세와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시행된 이후 이미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세금과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주택에 투자해서 이익을 남길 수 없는 구조가 이미 굳어져 있다.
무주택 실수요층은 지난 2009년 보금자리주택이 나온 이후 극도로 주택 구입을 꺼리고 있다. 섣불리 주택을 구입하면 앞으로 싼 값에 주택을 구입할 기회를 잃기 때문에 높은 전세금을 지불하더라도 집을 구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택 교체 수요층은 집을 넓혀가거나 지역을 이동하려는 1주택자가 해당된다. 이들 교체 수요층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그 돈을 들고 구입에 나설 수 있다. 그런데 투자자도 무주택자도 모두 집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교체 수요층이 주택 교체에 나설 수가 없다. 주택시장에는 주택을 구매할 세력이 사라져버렸다.
주택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주택거래량은 반토막이 났다.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부동산발 내수침체가 시작됐다. 이제는 내수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져 부동산대책을 통해 수혜를 준다 하더라도 유동성이 부족한 탓에 주택수요를 살리기 어렵게 됐다.
주택거래 활성화의 전제조건이 내수경기 회복이지만, 내수경기 회복의 전제조건은 주택거래 활성화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거래가 활성화되는 시기는 오는 8월께로 예상된다. 무주택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전세를 빼야 집을 구입할 수 있고, 투자자가 사라진 주택시장에서 거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층이 움직일 수 있는 시기는 바로 가을 전세 이사철이기 때문이다.
내수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우려가 있다. 주택거래 부진으로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지고 물가가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형 자산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부동산시장의 규제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서 과감하게 풀고 시장의 기능을 살려내야 한다. 시장의 기능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신뢰가 살아나야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되고 내수경기도 살릴 수 있다.
심판 마음대로 '룰'을 바꾸는 경기에 참여할 선수는 없다. 이제는 장기적으로 바뀌지 않을 부동산시장의 룰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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