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미국 경제학자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경쟁 제한 중심의 기업정책 기조가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새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성공리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자율과 경쟁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달 15일부터 27일까지 미국 경제학 교수 33인에게 ‘한국경제 진단 및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이메일 설문조사(일부 질문은 복수응답)한 결과 이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고 11일 밝혔다.
설문 결과 응답자들은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 과반수에 가까운 48.5%가 ‘정부의 기업규제 강화 및 경쟁제한 정책’을 꼽아 기업 규제가 경제 성장과 안정에 있어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제력 집중에 의한 양극화’(27.3%)와 ‘높은 대외의존도’(21.2%)를 지목해 자율과 경쟁에 의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내수 산업 발전을 통한 수출과의 균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복수응답)으로 ‘산업 구조조정 및 생산성 향상’(39.4%)과 ‘대기업 규제를 통한 양극화 해소’(33.3%)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상실과 주력산업 노후화에 따른 신성장동력 창출 및 산업고도화 전략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새 정부의 창조경제와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대기업 규제를 통한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도 동시에 제기해 저성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영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규제가 아닌 자율을 제안했다. 경제력 집중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을 규제할 필요는 있으나 ‘법·제도 등 정부의 인위적 규제’(30.3%) 보다는 ‘시장 자율 및 경쟁에 의한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 해소’(75.8%)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경제학자들은 비경제활동 인구를 줄여 고용률 70% 달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는 ‘임금 피크제 및 유연 근무제 도입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6.1%) 보다 ‘경제성장을 통한 민간부문의 고용창출 여력을 확대’(69.7%)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한 기타 의견으로 ‘교육 및 창업 지원’, ‘청년벤처 육성’ 등을 제안(24.2%)했다. 정부 지출을 통한 공공부문의 일자리 공급 확대에 대해 동의하는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따라 민간부문 고용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일자리 창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지원 방안으로 ‘해고의 유연성 제고’(69.7%)를 가장 많이 제시했으며, ‘고용에 대한 조세·재정 지원’(15.2%)이 뒤를 이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고용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동시에 조세·재정 등 지원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조사 결과 미국 경제학자들은 새 정부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있어서는 법·제도를 통한 규제보다는 자율과 책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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