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정년 연장이 청년실업을 가중시키고 사회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아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노동계는 고령화 사회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긍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23일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의 권고조항인 정년 60세를 의무조항으로 바꾸고 2016년부터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을 포함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논란이 됐던 임금조정 내용의 개정안 포함 여부는 19조 2항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조정을 ‘임금체계 개편’으로 수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재계 “준비없는 정년연장, 청년실업 심화시킬 것”
재계에서는 정년 60세로의 연장이 지금으로서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게 되면 그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이 늘어나 결국 신규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노사정위 임금체계 개선위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근속연수가 20년 이상 되면 관리사무직은 임금이 218%, 생산직은 241%가 증가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관리사무직과 생산직이 근속연수 20년 이상 되면 임금증가량은 각각 214%로 우리나라보다 적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은 “특히 유럽의 경우 직무가 같으면 근속연수가 아무리 길어도 임금의 변화가 거의 없어 우리나라와는 환경이 다르다”며 “정년 연장을 하려면 우선 이 같은 임금체계의 조정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년실업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년 60세를 의무화한 일본의 경우 1998년 의무화 법안이 시행될 당시 해당 기업의 93%가 이미 정년을 60세로 해놓은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2011년 현재 23.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도입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정년 연장 의무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정년은 노사가 자율적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은 청년인력의 높은 이직률로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의 이중고를 겪고 있어 법이 최종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인력운용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재근 대한상의 팀장은 “향후 법안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결국 정년 연장에 대한 비용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면 신입직원 채용 중단이나 희망퇴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고용 안정성이라는 정년 연장 본래의 목표도 거두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고령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
노동계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불가피하게 적용돼야만 하는 제도”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다만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조정이 의무규정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년 60세 연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환영하나, 임금조정이 개정안에 포함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각 사업장별로 분야의 특성상 숙련도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고, 오히려 장기근속자들의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필요한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임금조정 문제는 사업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야지, 법안 규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마땅히 연장돼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임금조정이 개정안에 포함된 데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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