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정년연장법 도입의 득실을 따져보고 있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이를 도입한 업체들도 많다. 경험과 노하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고 일찍 판단한 것이다.
교과서를 만드는 교학사 개발부에서 근무하는 장재현 이사(63)는 "80세가 넘어서도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 나도 아직 젊다는 생각과 함께 근로의욕이 솟아난다"며 "이들을 배려하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말했다.
교학사처럼 직원들의 정년이 60세 이상인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는 이현경씨(54)는 "만 55세를 앞두고 회사에서 계약을 해지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회사측의 배려로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며 "아직 사회에서 나의 역할이 남아 있다는 게 기분 좋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 12월 안정적인 일자리 나눔에 기여하기 위해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5년 연장했다. 50세 이상 직원 2000여명이 5년 내에 정년연장 혜택을 받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용안정에 기여하고자 노사협의회와 함께 정년연장을 미리 시행하게 됐다"며 "50세 이상 고연령 직원 중 여성인력이 94%에 달해 이들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임금피크 없이 기존 임금을 퇴직 때까지 그대로 지급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10% 이상 개선됐다.
식품업체인 대상도 10년 전부터 정년을 60세로 보장하고 있다. 2002년부터 정년을 60세로 늘린 대상은 55세를 넘은 129명의 직원들이 영업·개발 등 각 분야에서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후배들에게 업무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개발된 히트상품 대부분은 이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교학사는 창립 당시부터 임직원의 정년을 따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교열부터 조판·삽화·레이아웃 등 수십 차례에 걸친 출판 공정을 총괄하기 위해서는 편집자들의 숙련된 노하우와 연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교학사에는 60~80세의 고령 근로자가 10여명 이상 근무하고 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표준전과, 143종의 교과서, 한국사대사전 등은 모두 이들의 손끝에서 탄생됐다. 각 분야에서 수십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은 출판 장인들은 교학사를 교과서 출판시장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
이외에 닭고기 생산·유통업체 마니커도 지난해 11월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생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노익장은 업무 노하우 외에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십으로도 나타난다"며 "정년연장이 기업의 새로운 새로운 경쟁 무기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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