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지난달 일본 중앙은행(BOJ)이 양적완화를 발표했음에도 두 차례 100엔 상회 시도가 실패한 것을 감안할 때 일방적 엔화약세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엔화약세는 이달을 기점으로 흐름이 둔화될 수 있는 변수가 상존한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이같은 판단은 일본이 4월 초 양적완화 발표 후 오히려 엔화약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서다.
정부는 지난 1일 엔저 대응 차원에서 환변동보험을 1조3000억원 추가 확대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또 오는 9일에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엔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다.
이처럼 정부가 5월 들어 엔저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것은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저강세 등 위기에 내몰렸던 4월을 넘기면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엔화약세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경제회복 속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정부의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달러·엔 환율은 장중 99.95엔까지 거래되며 2009년 4월 이후 4년여 만에 100 엔선에 근접했다. G20 회의 직후인 22일에도 99.90엔까지 거래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승세는 수그러든 모습이다.
특히 단기간 내 가파른 약세 시현에 따른 차익실현, 옵션시장에서 100엔 방어 수요 등에 따라 이달 초 97엔 초반까지 조정되면서 엔저현상이 한 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엔화약세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4월 100엔 상회 시도 이후 약세 속도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독일 도이체 뱅크(Deutsche Bank)는 BOJ의 양적완화 조치는 적어도 5000억 달러 이상 엔화매도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등 종전 포지션 조정 여부에 따라 엔화 약세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과거 주요국들의 양적완화 조치가 해당통화 약세와 반드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해 추가 약세보다는 강세 조정이 재개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100엔 상회 실패에 대해 엔화약세 추세 중 일시적 조정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주류를 형성하는 가운데 더 이상 일방적 엔화약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 제기되고 있다.
다만 향후 일본 경제 펀더멘탈, 수급, 시장심리, 환율정책 등 변수를 고려할 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엔화약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동남아시아, 유렵 등 주변국의 대응도 엔화약세가 둔화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엔화약세 속도가 다소 둔화된다고해서 과거와 같은 엔화 초강세가 재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엔화약세로 인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이고 근본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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