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황태호 부산대병원 교수와 바이오벤처기업 신라젠 연구팀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증식해서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의 ‘항암 바이러스(JX-594)’를 이용한 암치료제 ‘펙사-벡’이 암 환자에게 면역 항체를 만들어 생존기간을 늘리는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는 암이 치료된 환자의 혈청을 이용하면 ‘맞춤형 항암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도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 바이러스는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에서, 독감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에서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세포에만 증식해 암세포를 죽이는 형태의 암 치료법이다.
현재 국내 연구팀의 주도로 여러 국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이 치료제는 말기 간암 환자에 대한 치료 반응률이 80%에 달하면서 유럽의약청(EME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펙사-벡을 투여한 후 장기간 생존한 암환자(18명)에게서 항암 항체가 관찰됐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펙사-벡이 암세포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항암 항체 생성 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암세포가 있는 토끼에 펙사-벡을 주사하는 실험에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항암 항체가 생성됐으며, 이 토끼의 혈청은 다른 토끼에서도 항암 효능을 유발했다.
이 연구결과를 이용하면 암이 완치된 환자의 혈청으로 맞춤형 단일클론항체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단일클론항체는 체내 면역세포와 증식능력이 뛰어난 암세포를 세포 융합시켜 만든 항암제로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7년간 미국식품의약품국(FDA)에서 승인받은 제품도 11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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