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코스피가 모처럼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 덕분에 2000선 탈환 기대감이 커졌으나 번번이 쏟아지는 기관 매물 탓에 좀처럼 박스권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세계적인 운용사 뱅가드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외국인 매도세나 일본 엔화 약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가 당장 2000선 돌파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외국인 매수 전환 또한 추세적인 것으로 보기 이르다는 의견이 여전히 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8포인트(0.22%) 내린 1982.43을 기록했다. 외국인ㆍ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895억원, 56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이날도 142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별로는 증권사가 가장 많은 1200억원어치 매물을 내놨다. 투신권에서도 550억원어치 이상이 빠져나왔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ㆍ투신이 2000선을 전후로 한 박스권에서 차익실현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며 "실제 주요 증권사 트레이더가 2000선 부근에서 반복적으로 매물을 출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차원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추세적인 상승에는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에 매물이 나오는 것"이라며 "수급 면에서 지수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앞서 13~16일 한 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340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간 기준 10주 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섰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1만 계약 이상 순매수했다가 이날 3000 계약 가까이 팔아치웠다. 증권가가 외국인 매수세를 좀처럼 추세적인 변화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는 순매수를 유지했으나 선물시장에서는 매도로 돌아서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강한 베팅에 나서지는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만 뱅가드 측 매출이 예상치 대비 70% 이상 소화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외국인 대량 매도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뱅가드 측이 매주 3800억원 안팎 매물을 내놨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외국인 매수 전환은 더욱 의미가 있다. 최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신규 매수가 포착됐던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2000선을 넘어서더라도 이 지수대에 안착하는 데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내내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뱅가드 펀드 매도세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본격적인 외국인 수급 개선 시기는 6월 말로 예상된다"며 "2000선을 추세적으로 돌파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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