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들이 바라본 남덕우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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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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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대 경제개발 산 증인…‘한강의 기적’ 주역<br/>경제장관들, 온화한 인품과 추진력 인상적

아주경제 배군득·유지승 기자=1970년대 경제개발을 이끌며 '한강의 기적'의 주역으로 경제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 경제관료로 고인과 함께 일했던 이들의 기억에 그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8일 지병으로 타계한 고 남덕우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20일에도 경제계·재계·학계 등에서 추모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를 방문한 전·현직 관료와 원로학자들은 고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회고했다. 남 전 총리가 경제기획원을 이끌 당시 경제기획원 과장으로 각별한 인연을 맺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할 때 당시 군사정권의 다른 리더들과 달리 윽박지르지 않고 자신의 뜻을 이해시키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을 밀어붙이던 1970년대 후반에도 남 전 총리는 시장의 순리를 함부로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기본 신념을 지키며 정책을 조율했던 분"이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남 전 총리와 동시대를 함께 했던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마흔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재무부 장관이 됐던 고인의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경제개발정책을 펼 때 일주일에 서너번씩 밤을 새우며 일을 하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무역협회장도 "남 전 총리는 오일쇼크와 만성적 인플레이션 등 한국 경제에서 가장 어렵던 시기를 극복한 경제발전 모델의 입안자였다"며 "주말마다 허허벌판이었던 잠실벌 건설현장에 나가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의 일에 대한 집념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도 나왔다. 고인이 경제부총리와 경제특보로 재직할 당시 비서관이었던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고인은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사고로 경제장관으로서 리더십을 십분 발휘했지만 늘 공무에 바빠 자신의 신변은 잘 돌보지 않으셨다"고 기억을 되새겼다.

그는 "고인은 항상 무언가에 골몰했던 탓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곳에서 무작정 내리는 경우가 많았고, 식당에서는 자신의 신발이 아닌데도 신고 나가 다시 바꿔드린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이처럼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함, 그리고 분명한 소신을 바탕으로 '경제대통령'이란 별명에 손색이 없을 만큼 한국 경제부흥에 힘써왔다.

실제로 1972년 기업 사채 상환을 동결한 8·3 긴급조치,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및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돌파, 부가가치세 도입 등 한국 경제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앞서 19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전 8시쯤 빈소를 찾아 한 시간가량 전·현직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눴다.

현 부총리는 "고인이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있을 때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었다"며 "지병과 노환 속에서 최근까지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등을 맡으며 우리 경제의 갈 길을 제시해주는 방향타 역할을 해주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고인과 함께 한국선진화포럼을 설립해 경제 원로들의 목소리를 개진했던 진념 전 부총리는 "고인이 재무장관 재임 시절 첫 인연을 맺었다. 총리가 된 고인이 물가부장으로 발탁해 오랜 시간 함께했었다"며 "항상 탐구하고 실천하며 정리하는 고인의 모습에 후배들은 존경을 금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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