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리가 1%대까지 곤두박질친 데다 정부의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 등으로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수신 가운데 5억원을 초과하는 거액 예금 규모는 총 509조2790억원이다. 이는 정기예금과 기업자유예금 등 저축성 예금과 금전신탁, 양도성예금증서를 합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액이 519조771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6개월 새 정기예금 중 거액 예금이 무려 10조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계좌 수 역시 지난해 상반기 14만7000좌에서 하반기 13만5000좌로 1만좌 이상 감소했다. 은행 수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기예금에서 거액예금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예금은 상반기 34조1690억원에서 31조81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7.1%에서 0.3%로 대폭 줄었다. 10억원 초과 예금은 29조786억원에서 28조4959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증가율은 2.4%에서 -0.9%로 떨어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1억원 이하 예금과 1억원 초과 5억원 이하 예금의 증가율이 각각 6.8%와 3.7%인 점을 감안하면 거액 예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거액 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인 기업자유예금과 저축예금에 몰렸다. 기업자유예금에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예금은 7조889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6.9% 증가했다.
상반기 증가규모(6.6%)와 비슷한 수준이다. 10억원 초과 예금도 85조9710억원으로 7.2%의 증가율을 보여 4%대의 증가규모를 기록한 5억원 이하 예금과 대비를 이뤘다.
저축예금은 5억원 이상 예금이 모두 대폭 늘었다. 덕분에 총 저축예금 증가율은 8.1%로 상반기(3.7%)보다 크게 확대됐다. 잔액은 12월 말 기준 14조1191억원이었다.
거액예금이 빠지고 있는 것은 은행 예금이 저금리로 인해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자금이 세금부담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은행 강남 PB센터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리가 워낙 떨어져 고객들이 만기가 돌아왔을 때 고민을 많이 한다"며 "시장의 변동상황을 지켜보며 투자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수시입출식 예금의 유동성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2.5%까지 낮아지면서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이미 1%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은행 PB센터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은 이미 저금리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는 절세로 눈을 돌렸다"며 "이 때문에 브라질 국고채 등 해외채권과 연금 등에 자금이 많이 모이고 있고, 일부는 부동산 투자를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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