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레이건 되기를 바라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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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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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틀간 미 캘리포니아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그 결과와 앞으로 두 나라 관계에 대해 관심이 높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성과는 한반도에 가장 민감한 문제인 북한 핵 문제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고 핵 실험을 했을 때 두 나라 모두 우려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처럼 같은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북한 핵은 절대 안 된다”고 외친 것은 거의 처음이다. 당연히 북한이 주눅이 들 것이고 앞으로 북한 핵 개발과 같은 도발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됐다.

온라인이 지배하는 새 시대를 맞아 오히려 두 나라 동조를 가로막을 수 있는 걸림돌은 사이버 보안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동생 나라’ 정도로 여길 만큼 가까운 관계로 지내온 중국이 동생을 혼내면서까지 미국과 호흡을 같이 했는데 오히려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 보안에 관해서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국은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방장관까지 나서 갈수록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미국 주요 정부기관 웹사이트 해킹에 중국 정부가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나도 피해자인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사이버 보안이 세계적으로 첨예한 관심사인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두 목소리는 세계 정세가 재편되는 시기에 불안 요인일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 등을 통해 동·서 냉전과 소련을 무너지게 한 계기를 던져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싶어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평화와 평등 등 보다 ‘고차원적인 가치’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태생적 본능이 그에게는 있다고 할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은 링컨과 함께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그는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인간적인 긴밀함을 나누고 북핵 문제 등에서 같은 목소리를 낸 점이 큰 성과라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동·서 냉전시대도 아니고 상대도 강한 혁명적 변화를 원했던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아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역대 중국 지도자 중에서 가장 미국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지만 그가 ‘대중국·중화’ 논리로 무장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한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을 넘어 세계 초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보도는 이미 흔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새 시대의 새 국가질서를 재편한 인물로 남고 싶어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역시 북한 핵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니 이번 정상회담은 일단 큰 성과일 수 있다.

미·중 사이 힘의 관계는 이미 곳곳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을 알 수 있다. 천안문 사태 등 미국이 중국 이슈를 다룰 때 자주 거론했던 인권 문제는 이미 옛날 문제가 됐다. 미국 국무부가 핵 개발을 시도하고 도발을 위협하는 북한에 압력을 넣기 위해 중국의 힘을 빌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레이건이 되고 싶어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꿈이 실현될지 우리는 관심이 없다. 그 꿈의 대상 속에 있을 수 밖에 없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되면 오바마와 그의 상대 시진핑은 세계 역사에 분명 남을 것이고 이번 캘리포니아 란초미라지 회담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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