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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민은행 서울 서부지역본부의 박현남 금융고충상담센터 센터장(왼쪽)이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12일 오전 10시30분께 찾은 국민은행 서울 은평구 역촌동지점은 여느 영업점과 마찬가지로 금융거래를 하는 고객들로 분주했다. 그러나 2층에 올라가니 KB금융고충상담센터(이하 센터)라고 이름 붙은 작고 조용한 사무실이 하나 마련돼 있었다.
자금난이나 대출금 연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용객이 많은 곳에서 금융상담을 하기엔 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소외계층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곳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센터의 문을 처음 열었다. 전국적으로 33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다른 은행을 주로 거래하는 고객들도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지 않고, 심층적인 상담을 하고 싶어 센터를 찾을 정도다.
역촌동지점 센터는 상담 요청이 특히 많은 곳 중 하나로, 이날 센터에 들어서자 박현남 센터장은 막 전화상담을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하루 평균 전화상담은 20여건, 방문 상담은 5~6건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상담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체 문제로 찾는 고객은 절대 다수다.
박 센터장은 "심층적인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고객 한 명의 애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선 최소 3일, 최대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는 "은행권 구제방안이 없는 경우 2금융권의 서민금융대출상품이나 KB미소금융 상품을 안내하고, 햇살론 취급 기관으로 연계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고객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도 고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때 느끼는 보람은 더 없이 크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얼마 전 카드대금 연체로 고민하던 65세 남성 고객을 떠올렸다. 그 고객은 채권 카드사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국민행복기금 대상에서도 제외됐었다.
결국 박 센터장은 가까스로 채권사와 채권추심원을 알아내 고객의 사정을 얘기하고, 채무변제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연체원금 60%와 연체이자를 전액 감면 받아 낼수 있었다.
박 센터장은 "개인 실적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도울 때마다 상당히 보람을 느낀다"며 "종종 고객들이 개인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전할 때 마음이 뭉클하다"고 밝혔다.
은행 영업점이 오후 4시까지 운영되지만, 센터는 오후 6시까지 상담을 진행한다. 영업시간을 늘린 것도 바쁜 일상으로 은행을 찾기 힘든 서민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올해 정부와 금융권은 서민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서민들의 현실과 처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시행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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