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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방중> SK, ‘차이나 인사이더’ 윈윈전략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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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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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李宰榮) 기자= 1992년 8월 24일, 한중 양국이 정부와 민간 수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수교를 맺었다. 이를 위해 많은 인사들이 심혈을 기울였는데 故 최종현 SK회장이 그중의 한명이다.

한중 수교는 1992년에야 이뤄졌지만 그 준비 단계는 80년대부터 진행돼왔다. 세간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SK그룹은 1988년부터 수교 준비에 깊이 관여했다. 1991년 1월, 한중양국이 상대방의 수도에 서로 무역대표부를 설립했는데 이 과정속에 최종현 회장은 많은 노력을 했다.

최종현 회장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중국에서 단기적으로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될 것이다. 길게 보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SK그룹은 중국에서 번 돈을 다시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에게 중국은 외국이 아니라 확장된 하나의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이는 ‘차이나 인사이더’로 정리되는 SK그룹의 중국 진출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지금도 SK그룹 중국 사업의 기본 철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중 수교보다 빠른 중국진출

SK그룹은 1991년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베이징 지사 설립 허가를 받았다. 사업 진출도 빨랐다.

SKC는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도 전인 1990년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지역인 푸젠성에 중국의 중견기업인 인데센그룹과 비디오테이프 합작 공장을 세우며 진출했다.

특히 인데센그룹은 1997년부터 SK그룹의 경영기법인 수펙스를 도입해 성공을 거뒀고 그후 전 그룹에 이를 확대 적용하기 시작했다.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 고유의 경영기법을 도입해 전계열사에서 활용한 사례는 거의 최초였다.

비디오테이프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지금은 SK의 지분을 철수했지만 당시 푸젠성 푸칭 공장에서 시작된 수펙스 활동은 2002년 10여 개 전체 계열사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수펙스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SK가 중국 사업에서 항상 승승장구 해온 것은 아니다. SK는 1990년대 초 중국 심천에 10억 달러 규모의 정유단지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중앙 정부가 투자에 대한 비준을 꺼려 SK는 1996년 말 200만 달러의 경비와 그간 들인 공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후에도 SK의 경쟁력을 중국에 옮기기 위한 시도는 계속됐으나 정부 규제가 많은 에너지와 정보통신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 특성상 큰 성공 스토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베이징 소재 SK타워 전경.

◆SK차이나 출범으로 재도약

2010년 7월 1일 SK는 큰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기 위해서는 환골탈태의 작업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거쳐 그룹의 중국 사업을 통합 실행키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SK 차이나’를 출범시켰다.

SK 차이나는 먼저 20년간 각각의 자회사 단위로 분산돼 따로 추진해 오던 중국사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실행력을 높였다.

특히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중국적인 견해와 통찰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석부총재단 등 사업에 대한 고위 의사결정 단계에 중국인 전문가의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업개발이 베이징이나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짐으로써 실제 사업이 이뤄지는 현지에서의 사업기회 포착과 역량 결집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코자 상하이, 청두, 심양, 심천 등에 지역별 헤드쿼터를 설립하고 현장 중심의 사업을 진두지휘케 했다.

조직의 체질 변화는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로 이어져 2011년 SK그룹의 중국 사업 매출액은 약 515억 위안(SK하이닉스 포함, 미포함시 353억 위안)으로 전년 255억 위안(SK하이닉스 미포함) 대비 크게 성장했다.

특히 석유사업 중 아스팔트 사업의 경우 SK 차이나 설립 이후 개질 아스팔트 생산 및 판매액이 지난 2009년 4억 8000만 위안에서 2011년 23억 위안으로 2년만에 4.8배 증가했다. 중국내 수입 고급 아스팔트 시장의 약 40%에 달하는 점유율이다.

화학사업 또한 2005년 설립한 상해 고교 용제 합작법인이 2009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계속 흑자가 확대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현지화 2.0’ 시대 개막

올해 SK는 중국 경영화두로 ‘현지화 2.0’을 내걸고 첫 중국인 CEO를 선임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SK그룹의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지주회사인 SK차이나는 순즈창 수석부총재(신규사업 담당)를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7월 출범한 SK차이나에서 첫 중국인 최고경영자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SK차이나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던 박영호 부회장이 취임 초부터 일관되게 강조해 온 ‘현지화’ 작업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SK그룹의 조직과 시스템을 중국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되며, 모든 것을 현지화해야 한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현지화를 강조해 ‘로컬 박’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이에 따라 SK차이나는 비즈니스 모델과 의사결정 구조, 경영 인프라 등의 현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회사 내 공식 언어를 중국어로 통일하고 영어를 보조 언어로 채택하는 ‘공식 업무 언어 사용규범’을 제정했으며, 인사관리·도시개발 등 분야에서 한국인 임원과 중국인 임원이 같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듀얼 포스팅 제도’를 운영해왔다.

SK차이나는 올들어 주요 보직에 중국 인재를 배치하고 기존 3~5년제 주재원을 소수 장기부임 형식으로 전환하는 조치도 단행했다.

인력 측면에서의 현지화와 함께 조직 측면에서는 중국 사업의 수익 강화를 위해 투자 지주회사 기능을 확대키로 하고 파이낸셜 플랫폼을 신규로 설립했다.

파이낸셜 플랫폼은 금융자산 관리센터와 사업개발 센터로 구성돼, 투자기회 발굴과 평가, 재무·전략 컨설팅, 외부 투자자금 모집 및 운영 등을 담당한다.

또한, 세분화돼 있던 기존 사업운영 및 지원 기능들은 각각 사업운영부와 서포팅 센터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였다.

SK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중국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이끌어갈 SK하이닉스 공장의 내부 모습.

◆합작 프로젝트 가속화

SK차이나는 2006년부터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공동 추진해온 후베이성 우한시 소재 에틸렌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의 최종 비준을 남겨두고 있다.

또한 지난해 2월에는 시노펙,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 등과 함께 충칭에 부탄디올(BDO)과 초산, 암모니아를 동시 생산할 수 있는 컴플렉스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BDO-초산-암모니아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SK 등 3개 기업이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연간 20만톤의 BDO, 60만톤의 초산, 25만톤의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컴플렉스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총 투자비는 70억 위안 규모로, SK는 완공 이후 연간 20억 RMB 이상의 세전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컴플렉스는 2014년 말~2015년 초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2월부터는 반도체 기술기업인 엠텍비전과 함께 선전에서 휴대폰 핵심부품을 개발해 휴대폰 및 휴대형 ICT 기기업체에 판매하는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개시했다. SK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SK차이나의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외 SK 차이나는 렌터카 사업에 진출해 2015년까지 2만여대의 운영차량을 확보하고, 중국 렌터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 이상을 목표로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2010년 말에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버스터미널 인허가를 획득하고 상가, 오피스텔 사업을 시작했다. 선양 외에도 단동 지역에 보세창고, 석유제품 저장기지 등을 운영 중에 있으며, 정유·석유화학 산업으로의 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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