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보유 불용 제1원칙 확인…한·중 공조 약속
한·중 정상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고 정상국가의 길을 가도록 하는 게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을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한·중 공조를 적극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문제에 대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본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북한 측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이 짙었지만,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에 불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5년 전 회담 땐 후진타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에 이해를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렀었다.
2008년 5월 27일 열린 이명박 정부 첫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북핵 폐기를 위한 건설적인 노력"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중 정상이 북핵 불용이 제1원칙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공동성명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은 양국 관계가 그만큼 긴밀해졌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북한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 준수'를 촉구한 점도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은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핵 개발과 경제 개발을 동시에 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병진노선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중국으로서는 최근 일본이 우경화 움직임을 보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모두와 역사·영토 등의 사안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공조가 필요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북한 핵과 관련된 한국·미국·중국 3각 공조체제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시 주석은 이달 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지 않기로 한 점을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함으로써 3국 공조는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경제협력 확대, "FTA 필요" 공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의제와 관련, 양국 정상은 FTA를 통해 서로의 내수시장에 진출하고 양국 간 안정적 교역 확대를 꾀한다는 원칙론에 공감했다. 다만 두 나라의 내부 사정상 구체적인 추진 시기를 못박지는 못해 추가 실무협상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0년간 양국 간 경제교류는 무역과 투자를 중심으로 놀라운 수준의 발전을 이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대상국이자 투자대상국이며 중국에 있어서도 한국은 주요 교역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박 대통령이 정보통신기술(ICT)이나 과학기술 활용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온 만큼 이 분야를 포함해 환경·금융·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교류를 확대·증진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공동선언에 담았다.
서해에서의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 근절 방안에 대해서도 양국 정부는 최대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26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과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이 협의를 통해 '공동 조업질서 유지'를 골자로 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또 한·중 해양과학기술 양해각서(MOU)도 개정해 해양 에너지, 기후변화 및 해양예보 시스템, 극지연구, 해양경제 등으로 협력분야를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한·중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활성화,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 협력 등에도 합의했다.
◆문화교류·人文교류 전담기구 설치
양국 모두 한자와 유교로 대표되는 같은 문화권에 속해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인문과 역사 등 문화교류와 인적교류를 확대ㆍ강화하는 내용도 공동선언에 포함됐다.
양국 정상은 '인문 교류' 확대를 위한 별도의 전담기구를 설치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높이고 내실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사·철(文·史·哲)'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실제로 외교부가 지난 3월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보고에 인문 유대를 통해 한·중 간 정치·경제 사이의 괴리와 안보문제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중국과의 문화교류 활성화를 통해 양국 간 인적교류를 현재 연간 700만명 수준에서 2015년 100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 드라마와 K-POP 등 한류(韓流)의 중국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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