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왼쪽)과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가 지난 2011년 12월 베이징에서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위한 포괄적 MOU를 체결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업 파트너인 시노펙의 왕티엔푸(王天普) 총경리는 이날 최종 계약 서명식에서 “오늘 이 자리는 최태원 회장의 진심 어린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최 회장이 이 자리에 왔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한 프로젝트’로 불렸던 에틸렌 사업 진출은 중국에서 ‘제2의 SK’를 건설하자는 전략에 따라 진행된 역점 사업이었다.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 완공한 나프타 분해시설(NCC)로 총 투자비 3조3000억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 하반기부터 에틸렌 80만톤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등 각종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제품 약 25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분 투자율은 SK 35%, 시노펙 65%다.
이 프로젝트는 최 회장의 “중국 사업은 30년의 긴 안목을 보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는 평소 철학의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장기적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한 프로젝트를 직접 진두지휘, 뚝심과 열정으로 이번 합작사업을 성사시켰다.
지난 2006년 최회장은 시노펙의 왕티엔푸(王天普) 총경리를 만나, 중국의 경제발전과 SK그룹의 성장에 상호 도움이 되는 방안을 논의하던 중, 최 회장이 “중국에 꼭 필요한 것을 먼저 말해달라”고 제안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시노펙이 ‘산업의 쌀’이라는 에틸렌 분야의 합작사업이 필요하다고 하자, 최 회장은 SK그룹의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 합작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이듬해인 2007년에는 우한시에 에틸렌을 비롯한 유화제품 생산 공장을 착공했고, 중국 정부의 승인절차에 돌입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확실한 경제 등으로 프로젝트는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의 기간산업에 대한 승인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업은 계속 지연됐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최초 승인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제동을 걸었다. 발개위는 산유국 기업이나 서구 메이저 기업과 합작을 했던 과거 통상적인 관행에 반하고, SK그룹의 기술력에 의문이 든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중국 정부의 외자투자 규제를 강화한 것도 원인이 됐다.
합작회사 설립이 어려움에 부딪치자 최 회장이 직접 나섰다. 최 회장은 2008년 4월 중국으로 날아가 시노펙 CEO 등 임원들을 만나, 중국 정부에 조기비준 협조를 요청했다.
최 회장은 막판 걸림돌이 됐던 발개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중동 산유국처럼 원유, 원재료를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SK그룹은 지난 40년간 국내외 여러 석유화학 생산공장을 건설, 운영해 온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한, SK그룹이 중국과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진정성도 강조했다. “SK의중국 현지화 전략은 ‘상호 이익’과 ‘동반 성장’ 철학에 맞춰, 형식적 합작이 아니라 원재료를 공동구매하고 판로도 함께 개척하자”고 제안했다.
또 빈민지역 학교 설립 등 SK그룹이 중국에서 펼쳤던 공익적 활동상을 소개하며 ‘진정성’을 강조하자, 중국 정부가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후는 일사천리. 지난 2월 발개위, 5월 국무원 심사까지 통과해 이번 합작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최 회장이 합작 추진에 합의한 이후, 중국 정부와 시노펙 관계자를 면담한 것은 중국 현지에서만 10여 차례에 이른다.
시노펙 고위 관계자는 “SK그룹이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면서 끝까지 신뢰를 심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SK그룹 이만우 PR팀장(전무)은 “최 회장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룹의 경영이념을 중국에서 직접 보여줌으로써 긍정적인 사업성과가 나왔다”면서 “인재양성, 문화교류, 환경보호 등 다양한 활동으로 SK그룹과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높아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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