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 유니온스틸 대표이사 사장 |
“사장님께서 저녁 벙개를 제안하셨습니다.” 설마 하고 약속장소인 공장 주변 식당에 가보니 몇몇 직원들이 같은 연락을 받았다며 자리에 앉아 있고, 곧이어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이 찾아와 직원들과 술잔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넥타이 색깔이 좋다는 직원의 칭찬에 그 자리에서 풀어 현장에서 선물을 하고, 경품을 들고와 게임도 한다. 철만 만져온 ‘무뚝뚝한’ 직원들로서는 사장님의 이런 모습이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저녁 일정이 없을 때면 장 사장이 직원들 명단을 놓고 무작위 ‘제비뽑기’를 해 만드는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장 사장과 유니온스틸은 1962년 동갑내기다. 2010년 취임 후, 지난해 쉰 살 생일도 같이 맞았다. 유니온스틸이 동국제강 그룹에 편입된 것은 1985년이지만 오너 일가가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것은 장 사장이 처음으로 무려 25년이 걸렸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아무래도 유니온스틸이라는 회사와 임직원들을 배려하겠다는 동국제강 오너 경영진들의 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니온스틸은 한때 재계 1~2위를 다투던 연합철강이 전신이었으나 1977년 국제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1985년에는 또 다시 동국제강에 인수됐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회사 임직원들로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게 당연했다. 이에 동국제강 직원들에게는 엄하기도 엄했던 고 장경호 선대 회장은 유니온스틸 직원들에게 만큼은 작은 일 하나에도 칭찬하고 기를 살려주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고 한다.
오너 일가이자 ‘젊은 대표’ 장 사장이 CEO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과연 그가 어떻게 유니온스틸을 변화시킬까 관심이 주목됐다. 취임 당시 “임직원과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던 포부는 바로 벙개모임 등을 통해 상명하달의 문화 대신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업계 최초로 회사 임직원 명함에 유니온스틸 소개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새겨넣었고, 회사 홈페이지도 개편해 ‘아름다운 철’이라는 컨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개념이 한 단계 발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고급 건재용 컬러강판 ‘럭스틸’(Luxteel)이다.
럭스틸은 철강업계에 ‘브랜드 마케팅’을 확산시켰다는 점 이외에도 가장 먼저 비철강 부문으로 시장을 확대해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 또한 의의를 갖는다. 모든 철강업계간 경쟁으로 공급과잉 속에 새로운 판매처를 모색해왔으나 아이디어 수준에 그친 반면 유니온스틸은 한 발 앞선 시각으로 남들보다 먼저 시장을 개척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럭스틸을 동네 주민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골목(동네 건자재 매장)이라도 찾아가겠다”며 마케팅 체제도 변화시켜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설비 투자도 “6~7개월 안에 투자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치고 빠지기식’ 방법을 구사하겠다”는 등 이제껏 철강업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영을 펼치고 있다.
장 사장은 또한 손준원 TCC동양 부회장, 이휘령 세아제강 사장, 서수민 DKC 사장,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오치훈 대한제강 부사장 등 철강업계 차세대 젊은 CEO들 가운데서도 좌장 역할을 맡는 등 업계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장 사장의 유니온스틸은 ‘전통의 철강 제조기업’에서 ‘젊고 빠른 혁신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혁신 노하우가 철강업계에 확산돼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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