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중 FTA체결은 아시아의 경제통합의 첫단추가 될 것입니다.” 장젠핑(張建平)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대외경제연구소 국제협력실 주임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중·일 FTA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이며, 동북아 경제통합을 넘어 아시아 경제통합도 앞당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경제의 컨트롤타워격인 발개위에 대한 정책제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장 주임은 지난 2004년부터 중국의 FTA 전략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방문학자 자격으로 한국에서 연구한 경험이 있어 한국사정에도 밝다. 그는 지난 5일 주중 한국대사관 주최로 베이징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기자를 만나 “동북아 지역은 북미, 유럽과 함께 세계 3대경제구역이지만, 경제통합은 가장 더뎌 있다”며 “동북아에는 양자간 체결된 FTA도 한건이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최근 일본 정부나 일본 수상이 내놓는 발언들은 일본이 한·중 양국과 함께 공동발전해 나가길 원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한·중·일 FTA 협상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중 FTA가 체결되면 일본의 자세가 돌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장 주임은 “일본은 FTA를 체결한 국가가 많지 않는 상황에, 한·중 FTA가 체결되면 역내고립을 막기위해 한·중·일 FTA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한·중·일 FTA가 체결된다면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내다볼 수 있다”며 “한·중·일 3국은 동아시아 GDP의 70%, 동북아 GDP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한·중 FTA, 한·중·일 FTA를 토대로 RCEP를 추진해 자국 중심의 역내경제통합을 이뤄나가겠다는 게 중국의 복안이다. 중국이 원하는 역내 경제통합의 키를 우리나라가 쥐고 있는 셈.
장주임은 한·중 FTA 체결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FTA는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정치, 외교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미 FTA체결 당시 한국사회에서 빚어진 극심한 갈등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농민단체들은 한·중 FTA체결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내 상황도 그리 간단치는 않다는 게 장주임의 판단이다. 장 주임은 “중국은 현재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가는 과도단계에 있으며 개방도가 낮다”며 “서비스업이나 첨단산업군에서는 한·중 FTA체결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결과 중국 산업계 40%의 사람들이 한중 FTA 추진을 원치 않는다”며 “FTA 주무부처인 상무부는 전체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조율해 내야 하는데, 주무 관료들의 어려움이 큰 게 현실”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전자·반도체·자동차 등의 조기 관세철폐를 요구하면서 금융·유통 서비스 시장 개방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중국 측은 농수축산물과 경공업, 노동집약적 제품의 시장 개방에 더 적극적이다. 장주임은 “FTA란 일부가 아닌 전체를 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일부 업종에 손해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무역이 증대되고 이익을 볼 것”이라며 “손실을 보는 업종에는 정책적인 배려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농업분야가 문제가 되는 것처럼, 중국에서도 금융이나 첨단산업 등 업계의 반발이 극심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높은 수준의 개방도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중국 내에서는 “높은 수준은 부담스러우니 일단 일반수준의 개방도로 FTA를 체결하자는 여론이 많다”며 “중국과 홍콩이 맺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모델로 가는게 낫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크다”고 소개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높은 수준의 FTA를 조속히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는 다른 반응인 것.
중국은 홍콩과 2003년 CEPA를 체결했다. 당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원했던 홍콩측에서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CEPA는 10년동안 업그레이드 돼 지금은 CEPA ‘버전9’가 적용되고 있으며, 개방정도가 계속 높아졌다. 그는 “일단 일반수준의 개방도로 한·중 FTA를 체결한 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지난 2004년부터 민간 공동연구에 착수한 한·중 FTA는 장기간 연구를 거쳐 2010년부터 양국 정부간 사전 실무협의를 시작했고 본 협상은 지난해 개시됐다. 현재까지 여섯 차례의 실무협상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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