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보다 못한 월세대출?..출시 100일만에 벌써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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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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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효성 낮은 하우스·렌트푸어 대책에 금융권만 '봉'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대책 등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내놓은 주택관련 금융지원 대책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실효성이 떨어지는 제도를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나란히 ‘신한월세보증대출’과 ‘우리월세안심대출’을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담보로, 우리은행은 신용을 담보로 최대 5000만원까지 월세·반전세 자금을 지원한다.

출시된 지 100일이 넘은 현재, 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6월말까지 누적 건수는 겨우 8건(7900만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출시 당월인 4월에는 신청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신한은행은 아예 실적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10건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이 이 상품을 출시한 것은 당시 정부가 월세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신용등급 제한과 대상 주택, 취급용도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오히려 신청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이미 신용 및 전세자금대출을 받았을 경우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월세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소득에 따라 신용한도를 부여하기 때문에 해당 수요 대부분이 일반 신용대출로 해결하는 상황”이라며 “실적은 낮지만 판매는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상품 출시 초기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낮은 호응도에 따라 상품 개발을 접었다. 결국 정부 코드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만 민망한 상황이 됐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이자부담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을 뜻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금융권에서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선보인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은 이미 잊혀진 대책으로 꼽힌다. 5월말까지 신청자는 5명도 채 되지 않았다.

올해 6월 일제히 시작된 하우스푸어 지원책 중 하나인 캠코의 부실주택담보대출채권 매입 제도의 신청자는 15명 가량에 불과한 상태다. 캠코 관계자는 “콜센터 문의만 5700건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실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주택금융공사의 사전가입 주택연금과 적격전환대출 등도 실적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입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장 이르면 이달 안으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상품이 은행권에서 나올 예정이다.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세입자를 대신해 보증금을 대출받고, 세입자는 이자만 내는 식이다. 정부는 대출을 받는 집주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법안까지 개정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문제 해결이 어려운만큼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부터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 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 대책의 경우 과다차입자의 부담을 사회가 지는 것인데 무조건 지원을 확대하면 감당할 수가 없다"면서 "저소득층으로 지원을 한정하거나 금융시스템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을 때 정부가 손을 내미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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