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설국열차는 노골적인 정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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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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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의 배경은 새로운 빙하기에 들어선 지구의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기차 안이다.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이 부자들과 공권력이 사는 앞쪽 칸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을 그린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공존하면서 투쟁하는 모습은 오늘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봉준호 감독은 24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영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봉 감독이 진보정당을 지지한 것과 연관해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듯 “SF영화 안에서의 정치성”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시스템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형태로든 시스템 속에서 살게 된다”며 “학생이면 학생만의 시스템, 국가면 국가, 넓게 보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시스템이 있기 마련인 것 같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당신은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었어요. 앞칸으로 가고자 하는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꼬리칸을 탈출한다 해도 결국 기차라는 좀 더 큰 시스템에 갇혀 있죠. 남궁민수(송강호)는 기차를 떠나려는, 시스템에서 진정으로 탈출하려는 인물이고요.”

시스템, 좁게는 직장일 수도 있고 넓게는 대한민국일 수도 있는 체제. 봉 감독의 시스템론은 계속됐다.

“사실 인간은 시스템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감정도 갖고 있죠. 커티스에게 설국열차의 주인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하자 흔들리는 모습도 인간이라는 거예요. 아니, 인간의 진짜 속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준호는 “체 게바라처럼 체제의 전복을 꿈꾸며 열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탈출과 안주, 이 두가지는 인간의 영원한 딜레마라고 생각한다”며 “설국열차는 그러한 인간의 딜레마를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해석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형석 기자)
설국열차를 두고 봉준호 최고의 역작이라는 호평과 다소 이해하기 어려워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흥행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봉 감독은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어떻게 보길 바랄까.

“설교하거나 가르치려는 영화는 싫어요. 어떤 영화는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고 화장실로 향하는 동안 휘발유처럼 싹 날아가기도 하죠, 물론 여름에는 그런 영화도 한번 봐야죠. 하지만 저는 뭔가 머릿속을 맴도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우산을 쓰기엔 좀 뭣한 가랑비를 맞고 다니다 어느새 집에 오면 흠뻑 젖어 있을 때가 있잖아요, 제 영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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