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도는 공사 착공 후에 분양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아파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분양보증 방식을 도입, 선분양을 통해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이후 건설사들은 대부분 선분양 방식을 택해 후분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건설사가 선분양 후 자금조달에 실패해 부도위기를 맞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는 후분양제도를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 도입된 ‘재건축 아파트 후분양’ 의무제도와 2004년 발표한 ‘공공택지 후분양 로드맵’이 그것이다. 둘 다 노무현정부 때 나온 제도다.
재건축아파트 후분양제도는 재건축 일반분양분에 대해 공정률이 80%에 도달했을 때 분양을 하도록 한 것이다. 공공택지 후분양 로드맵은 공공분양 아파트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정률 기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후분양을 확대 실시하는 제도다. 정부는 또 공공택지 내 주택용지를 분양받는 민간건설사의 경우 공정률 40% 이상에서 후분양하겠다고 신청하면 우선공급해주는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당시 강한 의지를 보이며 나왔던 후분양 확대정책은 정권이 바뀐 이후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흐지부지됐다.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뉴타운 첫 시범지구인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SH공사는 은평뉴타운 중대형아파트를 후분양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고, 서울시는 결국 1년 뒤로 분양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이후 정부와 시장에서는 후분양제가 고분양가를 불러왔다는 비판여론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2008년 8·21 대책을 통해 사실상 후분양 폐기를 선언했다. 후분양제 시행으로 주택공급이 지연돼 집값이 불안해지고, 금융비용 증가로 분양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후 5년만에 정부는 다시 '후분양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적이 당시와는 다르다. 공급부족과 지연이 문제였던 2000년대 중반과 달리 현재는 공급과잉이 문제다. 정부가 후분양 카드를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 정수호 사무관은 “주택공급량을 조절해 가격 진폭을 좀 줄이자는 차원에서 후분양 전환 업체에 금융대출 지원을 하는 것일뿐 전면적으로 이를(후분양제를) 확대하자는 차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택공급이 과잉돼 집값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전월셋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대상도 한정돼 있다. 정부가 후분양을 유도하는 대상은 이미 사업승인을 받은 물량만이다. 아직 사업승인 전인 물량은 후분양 유도가 아닌 보증시 분양성 평가만 강화해 공급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사업승인을 받고 하반기 수도권에서 분양예정인 물량은 모두 1만8000가구다. 여기에 수도권 미분양 3만3000가구(준공 전 1만8000가구, 준공 후 1만6000가구) 등 총 5만1000가구가 잠재적인 후분양 대상이다. 이 중 실제 분양을 준공 후로 미루는 물량은 1만~1만5000가구가 될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공급방식의 원칙은 후분양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건은 만들어 놓은 뒤 파는게 원칙이듯 아파트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예외적으로 선분양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