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리기까지는 열흘이 걸렸지만 협상이 끝나기까지는 2시간 밖에 안 걸렸다. 올해 임단협에서 20여 차례에 걸친 협의에도 사측이 전혀 진전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노조의 일방적 선언으로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서로의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은 더이상 새롭지도 않다. 현대차에게는 매년 반복됐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단 네 차례를 빼고 매년 노사간 힘겨루기를 해왔다. 이로인해 해마다 6~8월이면 생산라인이 멈춰섰고 생산성에도 차질을 빚어왔다.
올해 역시 결국에는 예년과 같은 수순이 결국 되풀이되고 있다.
7일 현대차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제출했다. 다음날인 8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한 뒤 오는 13일 쟁의행위 여부를 묻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0일께부터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노조 파업이 본격화될 경우 생산차질과 이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현대차는 8월 노조 파업 여파로 국내에서 전년 동기보다 29.9% 급감한 3만5950대를 판매했다. 이는 2009년 1월 이래 3년 7개월만의 최저 수치다. 국내공장 수출도 31% 줄어든 5만3333대에 그쳤다. 이로 인해 당시 현대차는 7월부터 9월까지 열두 차례에 걸쳐 발생한 파업으로 약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의 경우 현대차는 이미 주말특근 거부 여파로 지난 2분기 국내공장 생산이 작년보다 떨어진 상태다. 내수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0.8% 감소한 17만1790대였고 국내생산 수출도 9.5% 급감한 30만3100대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년 8월이 되면 파업 여파에 따른 생산차질로 판매량이 급감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임단협 결렬에 이은 파업까지 진행되면 현대차는 올해 약 4조원 가량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180개 조항에 이르는 방대한 요구안에 대해 제대로 의견 접근을 하기도 전에 결렬이 선언돼 유감”이라며 “원만한 교섭 마무리를 위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은 예년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 노조가 9월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현 집행부에서 사측에 더 강경한 모습을 보여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른바 선명성 경쟁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번 교섭 결렬 선언 과정에서는 일부 노조 측 교섭위원들은 섣부른 결렬 선언에 반대하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 사측은 7일 회사 소식지 ‘함께 가는 길’을 통해 “파업은 수단이지 목적이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괄제시 요구→결렬선언’이라는 짜여진 각본 같은 수순을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며 “결렬선언은 마지막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반기는 실적 추락, 하반기는 경기가 불투명한데 오히려 파업수순을 밟아서야 되겠냐”며 “우리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